노트북/2019년

새해 결심, 운명의 날.

수행화 2019. 1. 8. 10:45

소임을 다한 지난 해 카렌다를 폐기물로 내 보내면서 내 시간 한 더미가 뭉턱 빠져 나간 걸 실감한다. 또한 빳빳한 새 카렌다에 올해의 시간이 깨끗하게 담겨 있다. 새 것이 주는 산뜻함에 이런저런 메모를 하며 공란을 채운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2019년은 기해(己亥)년으로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며 행운을 기원하는데 돼지띠인 나는 남다른 각오가 있어야지 않나 싶은데 별 감흥이 없다. 나날의 무탈함과 소소한 성취를 바라며 또 감사하며 지낼 마음 이외 떠오르는 게 없다. 



연초에 100수를 건강하게 누리고 계시는 김 형석 교수님의 일상이 TV에 방영되어 장안의 화제가 됐다하여 다시보기로 찾아 보았다. 글쓰기와 강연에 손을 놓지 않으시면서 지극히 절제된 생활을 하시는 정갈한 모습이 감명을 주는데, 건강유지를 위하여 아직도 수영을 하신다는 점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나이들면 흔히들 한번 쯤 시도해보는 요가조차도 엄두 내 보지 않은 나에게 운동 시작이란 어마어마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이 귓전에 맴돌기도 하여 올해는 걷기라도 일정하게 해 보리라는 다짐을 해뒀다. 운동은 이제 새해 결심 사항의 우선 순위가 되었다. 많이 쓰지 않는 분야에 머리를 써 줘야 두뇌가 활성화된다는 설을 무척 들었건만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으니 운동기피증은 어쩔 수 없는 나의 고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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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던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60일은 꾸준히 성실하게 지속해야 한다고 한다. 새로 주입된 일을 우리의 뇌가 습관으로 인식하여 고착시키는 데는 60일의 쉬임 없는 반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습관 들이기란 수풀 속에서 없던 길을 만드는 일과 같은 것이다. 숲을 자꾸 밟아야 길이 생기고, 반복해서 밟아 줘야 더 넓어지면서 길이 되니 말이다. 새해의 각오도 60일을 성실히 다져야 안정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알면서 벌써 열흘이 지나가고 있다.  



새해의 각오와 결심을 다져가는 데는 운명의 날이 있다고 한다. 세계 315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라고 하니 신빙성이 있을 것이다. 첫번째 운명의 날은 1월 12일 전후라고 한다. 이날 즈음에 자신과의 약속을 깨는 경우가 많고, 2월이 되면 전체의 80%가 새해 목표를 저버린다고 한다. 

일단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운것이 문제일테고, 목표가 애매하고 실행 방법이 구체적이지 못앴다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연구를 보더라도 역시 2개월 간은 성실하게 실행한다는 각오가 있어야겠다.



나는 우선 지난해 읽은둥 만둥한 책들부터 정리하고 빠른 걸음으로 새해 결심을 쫒아가야겠다.
'태연한 온도로 산다는 것', '이누우에 마야'라는 일본 작가의 짧은 수상집을 한 나절 읽었다. 제목에 이끌려 펼쳐봤던 책인데 무겁지 않은 내용이라 새해 벽두에 마음밭을 가는 데 지침 삼아도 좋을 듯하다 싶다.


아버지로 부터 극단을 물려 받은 딸이 인생의 멘토로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존경심으로 상기하는 평범하고 소박한 글들이다. 인생의 모퉁이에서 지켜 봐 주고 바른 길을 일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줄일 뿐더러 성공의 지름길을 아는 것과 다를바 없다. 우리 인생은 여명을 향해 칠흑같은 밤길을 걸어가는 여정이라해도 과장이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빤한 격려나 응원에도 무척 고무되고 힘이 나기도 한다. 


'일상을 더욱 소중하게!', '소중한 존재를 더욱 소중하게!' '지금 있는 자리를 제일 좋은 곳으로 만들기'.


일상이란 반복의 의미를 깔고 있는 말이다. 지루해하지도 말고 비관하지 않으며, 언제나 일정한 온도로 스스로를 격려하며 살아내야 할 것같다. 이렇게 나는 올해도 큰 꿈을 그리지 못한다.

내가 살아 낸 세월을 따진다면 나는 이미 소중한 사람에게 인생의 지혜를 선사해야 할 시기이건만, 내 한 몸 일상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편하지만은 않다. 마침내 낙관할 날을 아직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