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9년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수행화 2019. 9. 29. 00:19

무우 속에 바람이 숭숭 들면 헤깝하게 가벼움이 느껴진다. 코에 바람 넣겠다고 이리저리 쏘다니다 보면 가슴 속이 무우속처럼 숭숭해진다. 어디 실한 기둥에 붕붕거리는 마음을 매달아야겠다 싶을 때 책 끼고 앉는 것만한 것이 없다. 순간 순간 집중에 어려움은 있어도 짜투리 시간을 제법 줄이게 되고, 주구장창 놀며 쉬며 뒹굴진 않는다며 마음에 위안까지 얻는다. 부질 없는 강박감은 일종의 허영심이라 누가 타박해도 할 말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이끌림이 있는 제목이라 읽으려다 미루던 책을 집어 들었다. 일본인 사이토 다카시가 저자라고 알았는데, 같은 제목으로 한 상복 씨의 저서가 또 있어 두권을 나란히 읽게 됐다

 

'사이토 다카시'는 도쿄 대학교 법학부와 대학원 교육학 연구과 박사 과정을 거쳤고,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입 재수생활하던 18세부터 첫 직장을 가진 서른 두살까지 철저하게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던 시절에 혼자 있는 시간의 위력을 체험했던 것같다.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고,  '나만이 내편'이라는 인식으로 자기관리의 바탕을 삼았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가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자""자신을 치유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빍힌다. 이를테면 외부와 거리를 두고 온전히 자기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므로써 얻어지는 마음의 평화와 휴식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꿈과 목표를 위해 몰입하는 시간이요, 기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꿈이란 그 누구도 대신 이루어 줄 수 없는 것으로, 오직 자신의 가치를 굳게 믿는 긍정의 마음을 바탕으로 집중할 때 성큼 가까워질 수 있고, 이때 혼자 있는 시간은 엄청난 에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을 힘주어 한다. 

 

저자는 외로움 극복 기술을 말한다. 

1. 눈 앞의 일에 집중한다.

2. 원서를 일거나 번역해 본다.

3. 독서에 몰입한다.

 

함께 있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도 아니므로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삶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한판 진검승부의 장이거늘 한낱 외로움으로 나를 소모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이상적인 고독이란 주변 사람과 잘 사귀면서 혼자일 때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라는 점은 강조한다. 

아무도 내게 시선을 주지 않아도, 홀로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새벽을 맞고, 안개가 걷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 둔다면 외로움의 어두운 기운에 함몰되지는 않으리라. 고독이 꿈의 성취를 위한 강력한 에너지일 수 있고, 목표를 현실로 바꾸어주는 동력이 된다는 말이 체험에서 우러나온 말같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저자의 글은 담백하고 평이하면서 지식의 실천이라는 실용성에 강점이 있는 것같다. 

 

등산하는 팀에서는 함께 있어도 모두가 단독자다, 누구도 산에 올려 주지 않을 뿐더러 대신 올라가 주지도 않는다, 

< P. 27 >

"인간은 의외로 무언가를 꾸준히 할 때 가장 상태가 좋다. 계속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멈춘 다음 다시 돌리려면 잘 돌아가지 않는 원리"  < P. 124 > 

 

외로움을 이겨 나가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라고 한다. 걷거나, 몸통을 울려 크게 소리를 질러 보거나, 노래를 불러보거나, 독서를 하거나 하면서 자신의 몸을 아울러 다스리는 것도 권장한다. 시간이 없다고, 역부족이라고 여기며 접어두는 많은 일들의 대부분이 실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나 의심해 보며 시도부터 하라는 것이다.

                                                  

한 상복 씨도 혼자 잘 지낼 수 있는 것이 능력이라 말한다. 새벽 도서관이나 새벽 시장을 찾아보기 권하고, 책 읽기와 글 쓰기를 강하게 추천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으로 많은 것을 이룬 자신의 경험담에 공감하며 읽었다.

 

책을 덮으니 창가에 가을볕이 양명하다. 뭐든 내다 말리고 싶어 서성이며 가을 볕이 말리고 있을 들풀을 생각한다. 마르고 말라 검불로 쌓여가며 바람에 가늘게 떨게 될 들풀을....,존재감 없는 한 줌 검불도 한 때 싱그러운 풀이었고, 온 들에 푸르게 넘실댔을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멈춘다. 나와 겉돌던 시간들도 이제 한 줌 검불로 "그때..."가 되어 쓸쓸하게 기억 저 아래로 스러져버릴 것이거늘 어찌 시간의 무료함을 말하며 권태로워하랴 싶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강한 에너지를 잘 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내게 혼자 있는 시간은 늘 소중하다.  

 

9월의 시간은 급류 만난 개울물처럼 가파르게 흘러가 버렸다. 책 두권 읽은 것 이외 9월에 한 일을 더듬으니 다섯 손가락이 남아 돈다. 문득 가을!! .....양식과 땔감을 마련하고 김치독을 묻으며 겨울을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대책 없이 겨울을 맞는 우리는 한참 철이 덜 들었다 하겠다. 

 

"선비란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 다시 만날 때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한다. < P. 50 >

양식 삼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