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詩) 모음/우리 시

수행화 2008. 8. 25. 16:06


          삶

고은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