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詩) 모음

늘, 혹은

수행화 2008. 8. 25. 16:08

           늘, 혹은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때로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노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