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

세종시에서 가을을 배웅했네.

수행화 2025. 11. 9. 17:14

누군가가 손바닥 내밀기가 무섭게 바로 손바닥들이 마주 나와 탁 소리를 낸다. 죽마고우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이 가을 소박한 세종시 여행도 또 그렇게 의기투합한 결과이다. 이번엔 세종시에다 발도장을 찍었다. 일상이 지루하게 반복된다한들 굳은살 박힐 염려는 없을 것같다. 세종시의 대표 볼거리로 정부 세종청사 옥상정원, 대통령 기록관, 국립 세종 수목원, 세종 호수 공원, 고복 저수지를 임의로 정해 두고 구름에 달 가듯 스치며 걸어봤다.

정부 세종청사는 15개 동으로, 청사 건물이 옥상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전체 길이 약 3.6km의 긴 형태이고,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을 자랑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인정되어 2016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세종 청사의 마스터플랜으로 '평평함의 도시, '소통하는 도시', '친환경적인 도시' 를 내 걸었다는데 옥상 정원에 대입해 보니 이해가 갔다.

종합 안내소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숲 해설사를 만난다. 새벽 잠 설치가며 움직였건만 모두들 피곤한 기색도 없이 뒤를 잘 따른다.

담쟁이덩굴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낡아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집안에다 정원을 꾸미는 문화가 없었다. 원경(遠景)을 차용해다 내 집처럼 두르면 된다는 개념인 것으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잘 활용하는 것이 기본개념인 것이다. 이 사상이 풍수지리의 근본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일본은 자연을 축소하여 집안으로 끌어들여 즐기려는 것이 근본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나무, 물, 돌, 모래 등을 활용한 인위적인 정원들을 도처에서 보게 된다.

우리는 방금 가르마 같은 이 길을 걸었다. 뒤 돌아본 길은 고요가 내려 정갈하다. 우리의 인생도 뒤돌아 보면 어느덧 소음은 잦아들었고 선택된 행복의 기억들만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옥상 설계는 조선시대에 성곽을 걸으며 성 안팎의 경관을 구경하는 전통놀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성곽길 걷듯 놀며 쉬며 마을도 호수도 내려다봐가며 걷고 싶은데 해설사는 걸음이 바쁘다.

 멋쟁이 벤치를 만난다. 설치 미술품인지 근사한 쉼터인지 잠깐 생각하는데 정면의 귀여운 돔 모양이 태극기 형상이라 눈인사만 했다. 벤치는 건곤감리를 표현했나 살펴보다 상상력 부족으로 맞추지 못했다. 돔 안에 옹기종기 앉은 사람들이 재밌어 보였다.

정원을 3개의 코스로 나누어 하루에 세 차례 시간대 별로 방문객을 안내한다. 우리는 아침 첫 타임 예약이라 1코스를 관람한 것이다. 각 구간은 계절별로 테마에 맞는 수종을 선택하여 사철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몄을 것이다.

태극 문양에 재치를 더해 재밌는 앉을자리가 돼 준다.

시야가 트인 곳에 아파트는 세련된 배경이다. 저 도회적인 마을 이름은 무얼까, 얼마나 예쁜 이름을 지어 줬을까 궁금했다.  
식당을 조금 찾다 보니 도로명이나 주소가 모두 아름다운 우리말이라 예쁘고 잘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도움로',' 어진로', '다솜로''누리로' ....세종시에 걸맞은 작명이라 듣기 좋다.

습기 빠진 바람이 억새풀을 스치며 파도 소리를 낼 때, 갈대꽃이 맑은 가을 하늘에다 은빛 광휘를 뿌리며 흩날릴 때 우리는 속절없이 처연한 가을에 빠져든다. 요즘은 정원 설계에 억새와 갈대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유행이라고들 한다. 가을을 홀로 오래 지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대통령 기록관이 바라 보인다. 건물이 너무 경직된 느낌을 준다. 미술관이 아니라 최고 통치자의 기록관이니 그 용도에 맞게 설계되었겠지만 

숲 해설사는 무화과나무 열매 맺은 이야기를 재밌게 해 가며 이곳은 유실수와 베리류의 정원이라 알려준다. 행복하려면 자기 직업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약용원, 베리원, 실로 우리 민족의  약초 사랑은 조금 과하다 싶다. 아무 풀이나 먹는 것 같아 불편할 때도 있는데 내 생각이고, 사실 나름 경험적 지혜일 것이다.

 고흐의 그림을 보며 친숙해진 사이프러스 비슷한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다. 키도 크지 않고 월동도 하는 그런 수종이 있나 보다.

이 가을에 붉어 있는 저 꽃은 장미인가, 아잘레아인가? 꽃이 만발한 계절에는 멋진 포토죤이 돼 주겠지.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담쟁이 벽화(?). 한 땀 한 땀 질서 있게 지평을 넓혀갔을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의 노고가 보인다. 일념이 그림이 되었지 싶다.

 이 정원은 키 작은 정원수를 심는다고 했다. 얕은 땅에 바람 강한 환경에서 살이야 하기 때문일 테다. 모든 사물은 제 자리가 있다. 제 자리에서 제 몫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사람도 더욱 그렇다.

이 정원은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을 구현하였다고 했다. 그럼 우리는 지금 용의 등줄기를 타고 걷는 형국이 된다. 약간의 경사를 지웠는지 미끄럼 방지 보행로가 이어진다. 

꽃 진 자리에 잎이 멋을 아우른다. 

기네스 북 등재 기념 표지석이 보인다. 용의 등줄기를 타고 있는 형상이다. 기념사진 남겨줘야 할 포인트.

제주도의 돌담을 옮겨 놓은 듯도 하고, 성벽 일부를 떼어디 붙인 것도 같은 돌담이다. 척박한 돌도 틈을 봐가며 생명을 키운다. 내부에 부직포를 깔아 수분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실내 인테리어에 응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어디서 읽었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마침내 나목은 한 폭의 그림으로 거듭났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철제 조각품이다. 내 부실한 시력은 엄연한 불청객, 손가락을 인식 못하여 작품을 망쳤다. 

아름다운 산책로에 미니어처같은 돌담은 그대로 설치미술 작품이다. 바람을 살짝 밀어내고 돌담에 기대 앉으면 동심이 샘 솟을 것같다. 부러움도 모를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대형 태극기가 이 곳에.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정원 구경에 너무 집중했나? 여기가 정부 종합 청사 옥상이라는 생각이 반짝 들었다.

고도가 낮아지며 내리막이 이어진다. 정원 관람의 끝부분이다.

우리 일반인 관람객의 후미를 청원 경찰관님이 지키시며 같이 걷는다. 훤칠한 키에 말쑥한 자태로 우리 뒤를 따르니 든든하기 이를 데가 없다. 요즘 k 컬처가 세계적 대세인데 k경찰 그런 건 좀 없나 모르겠다. 번듯하다고 자랑 좀 하게.
아빠 미소를 띠고 우리를 바라보는 경찰관님에게 친구는 답을 정해 두고 질문도 미리 해 버린다.
"우리가 몇 살쯤 돼 보여요?" "우리 일행이 무슨 모임 같아 보여요?" "...."
대답을 듣기도 전에 우리가 지금 80살이 다됐고, 고향 초등학교 친구들이라고 말해 준다. "놀랍네요 굉장히 젊어 보이세요, " "건강하십니다."등 대답을 기대하는 속내를 보여줘 가며 웃었다. 

바람 불고 추우면 어쩌나, 햇빛에 내 눈이 힘들면 안 되는데, 지치도록 걷는 건 아닐까, 구구절절하던 걱정은 기우에 그쳤고 우리 모두는 가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걸어 무사히 행길로 나왔다. 가을이 먼저 내려와 여기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법 경사진 길을 내려오니 잘 정비된 차도가 나타난다. 가을은 이제 막 단장을 마무리하고 뒤태를 보여줄 것만 같은 절묘함이 느껴진다. 오래오래 이 길을 지키고 아름다운 가을을 책임져 달라고 가로수에 인사를 남긴다. 갑자기 젊은이들이 무리 지어 거리로 나서는 걸 보니 점심시간인가 했다. 그 풍경에서 일상의 평화를 보았다  자자손손 지켜져야 할 평화를.....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만 들고 임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친구의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회정식. 시장이 반찬이겠지만 그래도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대통령 기록관>

대통령 기록관에서는 역대 대통령이 남기신 문서, 사진, 영상, 집기 등을 모아서 보존하고 있다.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위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입구에 대통령 전용 차량이 전시돼 있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노 태우, 이 명박 두 대통령을 모시던 차량이란다. 8 기통, 배기량 7,400 CC의 7인승 차량으로 미국산 자동차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tv에서 더러 보던 취임식 연단도 있고

역사적인 각종 공문서들, 마다마다 역사적 의미가 있을 텐데 그저 개념 없이 휘이이 지나친다..

'1987년 10월 27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로 확정된 헌법 개정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이에 공포한다.' 전 두환 대통령과 김정렬 국무총리의 서명이 있다. 현재 대통령제의 골격인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확정한 공포문, 원본이었다. 많은 대가를 지불했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금강산 선녀도
'1972년 제7대 대통령 특명으로 이 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을 방문하여 김 일성 주석 등과 회담을 가진 후 선물로 받은 자수로 수놓은 그림이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자수기법이 우리네 동양자수와 다르고 특이해 보였다.

지금은 보기가 쉽지 않은 박정희 대통령 글씨. 진심을 담아 쓰셨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다. 후세의 사가(史家)들이 자신을 평가할 것이라는 말씀을 우리는 명념해야 하리라.

창 밖으로 호수공원이 보인다.

김 영삼 대통령은 이 문장을 정말 자주 쓰셨다. 우리 스님께서 사실은 이 글귀가 불교 경전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씀하셨다.
'대도무문 천차유로(大道無門 千差有路)'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는 정해진 문이 없고 천 가지의 다른 길이 있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약속의 글. 세월의 무상함이여....

 

'우리나라 대한 나라 독립을 위하여
여든 평생 한결같이 몸 바쳐 오신
고마우신 이 대통령 우리 대통령
그 이름 길이길이 빛내 오리라.'

우리 국민학교 시절에 이 승만 대통령의 여든 생일을 축하하며 배운 노래라 기억한다. 우리는 이 노래를 불러가며 놀았고, 특히 노래에 맞춰 고무줄 뛰기를 많이 했었다.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는 노래를 국민 계몽에 활용하는 일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국산품 애용 노래도 마찬가지로 널리 불렀다.

'…......,, 날로 달로 좋아지는 우리 국산 문화 연필
너도 나도 애용하자  깎기 좋고 쓰기 좋은
문화연필 한 자루가 나라 일꾼 길러낸다.‘

사실 깎기 좋고 쓰기 좋지가 않았었다. 연필심이 툭툭 부러지는 것은 기본이고, 꼭꼭 눌러쓰면 종이를 찢어 먹기 일쑤였으며, 칼로 깎으면 나뭇결이 두 쪽으로 나뉘면서 한쪽은 나무결 따라 길게 깎이고 다른 반쪽은 지나치게 짧게 깎여 정말 볼썽사나웠었다. 그 시절 국산 연필을 쓰라고 애국심에 호소하던 노래였구나 생각하니 연필 세상은 지금 천지개벽을 거쳤다.

역대 대통령 초상을 보니 우리의 역사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우리는 초대 이 승만 대통령 시대를 기억하며 현재 대통령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격동의 시대를 고스란히 겪어 모두 살아 있는 증인들이 돼 있다.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건 진정 기적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이런 현실을 지금 살고 있다.

링컨 대통령 연설문(당시 인쇄본) 이 왜 전시돼 있나 했더니
"이 연설문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기록관에 선물 형태로 보관된 인쇄물로 확인되며,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설 중 하나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입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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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세종 수목원>

세종 수목원은 종합청사나 대통령 기록관이나 모두  이웃해 있다. 이 넓은 수목원을 옆에 두고 있는 세종시는 저절로 자연친화적 도시가 되겠다 싶다.  2016년 착공하여  2020년 5월 29일 준공하였고 편의시설을 확충하여 2020년 10월 개장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가보고 알고 있는 수목원과 분위기가 다르다 했더니 도심형 수목원의 성격이고 나이가 젊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혹독한 여름을 겪고도 사과며 감이며 수확된 과일이 실해서 감탄했는데 국화는 또 그런 시련에도 자기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았나 보다. 무슨 축제장 같아 보이는 입구를 지나 방향도 모르고 신작로 같은 길을 무작정 걸어 들어갔다.

데크 길은 언제나 옳다. 우리는 길을 두고 뫼로 가지 않는다. 편한 데크길을 따라 걷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양지바른 곳은 늘 장독대 차지다. 한국의 발효식품이나  장류에 세계인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축적돼야 하고 햇볕의 조력이 필요하고..... 기다림이 요체이다.

귀염성스러운 정자도 재밌고 아담한 늦가을 꽃밭도 제 몫을 한다. 

일상으로 쓰던 물건들이 이제는 박물관 소장품으로 신분이 격상되어 가는 느낌이다. 돌확이 수생식물 화분으로 사용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우리 동네 한 한정식 집은 이런 약탕기에 밥을 해서 낸다. 약탕기의 추억이 있는 고객들의 감성을 깨워 보려는 누군가의 아이디어인가 했었다.

수목원 입구 쪽만 맴돌다 맞춤한 정자를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우리는 대청마루의 한가로움에 빠져 버렸다. 걸으며 보고 느끼는 풍경보다 정자에서 다리 뻗고 앉아 쉬는 일이 더 고소했다. 적당히 서늘한 마루짱은 길손에게 부디 길게 누워 피로를 내맡기고 가라고 속삭이듯 했다. 기분 좋은 오후를 선사받았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해도 나름 성실하게 느끼고 마음에 담으니 아쉬움은 없다.
나오면서 지중해 정원, 열대 정원을 본 것은 덤, 덤으로 얻은 것이 더 근사해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단풍 빛깔에 젖어 차분하게 소진돼 가던 에너지가 열대림의  강렬한 초록빛에 돌연 충전모드에 돌입했다. 제대로 초록 소나기를 만난 것일까? 미니 정글 앞에서도 꼼짝없이 작아지는, 인간은 그런 작은 존재다. 카페인 한 잔 들이켠 집중력을 챙겨 나오니 가을 짧은 볕은 어느덧 뉘엿뉘엿 땅거미 깔 채비에 들고 있었다.

 
<세종호수 공원>

 
세종 호수 공원은 국내 최대의 인공 호수라고 한다. 인공호수라고 하니 그 규모가 더 놀랍게 여겨진다. 도시 인구밀도가 낮은지, 공원이 과하게 넓은지 산책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부속 건물은 물론 산책로가 8.8Km이고, 자전거 도로도 4.7 Km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방문인데도 지리를 익히지 못했다. 가을 해를 온몸으로 받으며 느린 걸음으로 둘레길을 걸어보리라던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호수 위로 순한 곡선을 그리며 떠 있는 다리, 연이어 멋진 섬! 거짓말처럼 가슴이 뛰어 바람을 안고 달려가 본 이곳! 아담하게 정돈된 공연장이었다. 인공섬을 만들어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주고자 한 그 누군가에게 감사를~~~.

호수에 어둠이 내려 별이 빛나는 밤에, 달빛이 굽이굽이 호수에 흘러들 때, 조명이 명멸하는 무대 위 작은 음악회를 마음에 그려 본다. 좀 더 젊었더라면 나의 소박한 버킷리스트에 한 줄 넣었을 텐데. 

노을빛이 몽환적으로 변해가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저물녘, 지는 해를 나란히 바라보는 벗들의 모습이 몹시 아름다웠다. 말이 서서히 줄어져 갔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한 사람이 누리는 여유가 이런 것이다.  

 

<고복 저수지>

원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였으나 풍광이 아름다워 1991년에 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2013년에 목제 데크로 둘레길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 사랑하는 산책로, 낚시터가 됐다고 한다.

무심히 입구를 접어 드니 장면이 확 바뀐다. 아름다운 저수지라는 입소문은 들었지만 기대 이상의 경관이 펼쳐진다.

데크길이 3.5Km와 주변 벚꽃길 9.5 Km를 걸을 수 있고, 봄이면 진달래 개나리 복사꽃이 만발하여 사랑받는 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길에서 오봉산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데, 오봉은 못 봤고 데크길만 좋아라 걷다 나왔다. 오봉산은 혹시 '오봉산 타령'의 본적지?

망망대해가 부럽지 않다. 

이 저수지의 진가는 코로나 시기에 발휘됐다고 한다. 비대면의 시절에 맞춤한 여행지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추억을 안고 돌아간 길이라니, 좋은 일 한 것이다.

발치를 덮은 물이 시리게 아름다운 정경을 만든다. 수면은 거울의 신비를 닮은 채 가늘게 떨고 있다. 나무는 물의 마법에 걸렸고 우리는 그 모습에 매료된다. 허상이란 붙잡을 수가 없어 더 애틋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안개 한 자락 깔아주고 싶다.


가까스로 여행의 기억을 간추렸다.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드는 일이 이런 것이려니 생각하며 이 일을 했다고 말하겠다. 언젠가 추억이 몹시 고플 때 곶감처럼 하나둘씩 뽑아서 먹을 날을 위한, 추억의 양식을 마련하는 작업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여행에는 사진도 건성으로 무성의하게 조금 찍었고, 흐릿한 시야가 거슬려 심정적으로 위축된 나 자신만 내내 바라보며 다녔었다. 
그런데 후기를 기다린다는 친구의 말은 엄두 안나는 숙제 같아 흘려  들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용기가 되어 나를 위로하고 일으켜 줘 몇 페이지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이 났다. 친구 잘 둔 덕분에 단조로우나마 이 글을 쓸 수 있어 고마운 마음 그지없다. 또 시간을 끌면서도 글을 쓰게 양해해 준 내 눈에게 크게 감사한다.
그리고 아직도 나날이 새로워지기를 꿈꾸어 보는 일이 즐겁다는 걸 알게 해 준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후기를 마친다. 며칠을 나에게 집중했으니 이제 다람쥐 쳇바퀴 일상에 풀을 붙여야 하리라.

여행이 행복한 것은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