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詩) 모음/우리 시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수행화 2008. 8. 25. 16:10

새는 날아 가면서 뒤 돌아 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 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candy.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