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詩) 모음

즐거운 편지

수행화 2008. 8. 25. 16:31


즐거운 편지

                                  황 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 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 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