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5년

신간 '달의 제단'을 읽고

수행화 2008. 8. 25. 14:10
신문의 신간 안내에서 조금 특이한 느낌이 있어 사 본 책인데 나는 읽으면서 몇가지 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가 아주 젊은 여성이라는 것과 아울러 고문과 현대문을 아우르는 엄청난 어휘력에 놀랐고
또한 경상도 지방의 제사 문화의 접근과 사투리의 묘사는 너무 사실적이라 현란한 감마저 들었다.

국불천위의 제사를 모시는 광영스런 가문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한 종가 효계당이 이야기의 무대로 그려진다.

이야기의 화자는 이종가의 1/2 적자이며 할아버지의 남은 유일한 혈육,손자이다.
종가의 의례와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할아버지의 극단적인 집착의 삶과 부자연한 출생과 성장에서부터 할아버지와는 불협음을 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손자와는 결국 비극적 사건을 만들고 종가의 문을 닫게 되고 만다.

손자에 의해 해독된 옛 서간문을 통해 양반의 가통을 지킨다며 조상이 저지른 가혹한 사건들이 세상에 알려지고
손자는 집안 일 돌보는 박색이며 불구인 아랫 것를 임신시키며 회오리를 불러 일으킨다.
양반을 지키려는 할아버지의 노력과 인생을 가볍게 살고져하는 손자와는 참담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화자와 할아버지는 효계당의 화재로 푸른 연기 속으로 사라지며 종가의 자존심도 아집도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린다는 시니컬한 스토리...

항차 양반이 무엇이길래, 양반은 비타협적이며 타인에 군림하려 하며 위협적으로 비치며, 종가는 우물 안 개구리적 자기 독선에 빠져 현실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일까?

전통을지키되 철저하고 부드러우며, 명실상부한 자존심을 길러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으며 시대를 앞서 모범적인 혜안을 지니는 이 시대의 노블레스 오블리쥬가 되는 진정 멋스런 양반이 그립다.

옛날 내방을 오간 서간문의 글귀가 사뭇 새롭고 해설을 곁들인 품이 아주 꼼꼼하여 인상적이다.
경상도 사투리는 읽다 보니 옆에서 떠드는 것같아 화들짝 놀라고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2005-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