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2년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수행화 2012. 7. 22. 15:39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현재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책,

혜민 스님은 2000년에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았으며, 하버드 대, 프린스턴 대에서 학위를 받은 후 현재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햄프셔 대학교'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시며 트위트 상에서 수만의 팔로어를 가진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트리어’이시라는 특이한 경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음을 애써 다스리려 들지 말고 생각을 멈춘 채 그 마음과 친해져서 조용히 지켜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말씀이시다.    

자신을 관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면, 나의 의식이 약간 뒤로 물러나는 듯한 느낌, 머리 뒤에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잘 살피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 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너무 가까우면 데일 염려가 있고 또 너무 멀어지면 추위를 느끼게 되는지라, 그것은 서로에게 애착도 무관심도 아닌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이라 맘에 담아 두고 싶다.

그리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굽힐 줄도 알아야 할 것이며, 또 남에게서 받은 선의의 베품에는 어떤 식으로든 꼭 갚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이 또한 중요하다는 말씀 등 알면서 바람결에 흘린 일들을 챙겨 보게도 한다.


“보왕 삼매경에 ‘남이 내 뜻에 따라 순종해주길 기대하지 말라’고 했듯이”

“싫어하는 사람을 가슴 속에 넣어두고 다닐 만큼 그 사람이 가치가 있습니까? 누구를 미워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람을 닮아 가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싫어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싫어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자면 그 사람의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서운해도 마지막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요.

그 마지막 말이 좋았던 시절의 기억마저도 모두 불태워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변했어도, 상황은 달라졌어도 추억은 그래도 남겨둬야 하잖아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하게 되면 상대방 역시 아픈 마지막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긴 반복이다. 매일 새로운 시간과 만나고 또 보내고, 많은 인간관계가 생기고 흝어지고, 물건과의 만남과 헤어짐도 무수하다.

많은 관계 속에서 받게 되는 분노했던 마음, 애절했던 마음, 죽을 것만 같은 어둠의 순간들은 크고 작은 상처가 되어 괴로움으로 잠 못 이루게 되니, 이 모든 아픈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치유의 글이기도 하다. 


안개처럼 낮게 밀려와 걸음을 방해하는 내일의 불안에 대해서도 그게 다 별게 아니라며 토닥 토닥 위로해 주는 따스함을 행간에 깔고 있으니 무척 부드러운 글이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여 남을 변화 시키려는 데서 오는 번민,

자기만의 지나친 열정은 자칫 상대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는 일상의 사소한 걱정. 

결론은 나만의 행복이 아닌,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염두에 두고 살아 간다면 의외로 방법은 단순할 수 있다는 데 이르게 된다.


화두에 들거나 참선을 통하여 어렵게 구하는 진리가 아니어서, 현학적이거나 경전 상의 어려운 표현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글인 것같다.

다만 친근한 벗이나 이웃의 음성으로, 생각을 적게 하고 행복을 늘 나누면서 또 이웃이 평안하기를 기도하면서 지내라는 소박한 권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치는 평범한 순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뒤지지 않으려 달리고 또 달리는 지친 다리를 잠시 쉬며 길목의 돌부리 풀 한포기를 바라 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은행에서 순번표를 뽑고 기다리는 시간, 지하철을 기다리며 타는 시간...

스님의 말씀대로 지금은 나이듦을 걱정하기보다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을 두려워할 시간이라 여기며 읽어 보니 은근 한가롭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의 일상과 대비해 보는 재미가 있다.

3년 전에 버리기 아까워 못 버리던 물건을 지금은 쉽게 내다 버릴 수 있듯이 지금은 버릴 것을 버리고 간직할 것을 간직해야 하는 정리의 시간임도 알게 된다.

아까워 버리지 못한 물건도 3년이 지나 미련 없이 내다 버리는 것이 우리의 일상일진대, 고통과 원망의 힘들고 괴로운 기억은 내다 버리지 못하고 맘 속에 감직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지독히 부당한 것이되고 만다.

 

그러나 이런 감상은 나의 현실에 대입한 것일테고 스님은 젊음을 향해 부치는 긴 편지를 쓴 것이다. 

너무 지치거나 노여워 말고 현재를 달래며 위안을 삼아야 한다는 주제를 포함해서.

 

젊음은 가능성의 시대에 살지만 안개 속을 걸으며 선택을 강요 받는다.

성공의 지름길, 행복에의 높은 기대치, 영악한 경쟁의 방법...

이러한 세속적인 빠른 성취를 위해 오늘 우리는 멘토를 찾고 스승을 찾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젊음은 치열하게 열망에 들뜨고, 끊임 없는 연마의 도정에 서 있음이 특권이고 의미인 것이다.

이글은 그 도정에서 심신이 분주한 인생에 주는 쉼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젊음은 패배에 젖어서도, 원망을 새겨도 아니 되는 시절이라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처의 위로와 치유.

이것은 시간의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에게 바쳐야 하는 공력이다.

작아진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건강하게 인생의 레이스에 도전하고, 행복을 구가하는  힘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의 보폭에 맞게 건강하게 달릴 때에 멘토와 스승은 조력자로 빛 날 것이다.

 

自燈明 法燈明

자신을 등불 삼아 진리를 등불 삼아 어두운 삶을 밝혀 나가야 한다는 부처님 말씀을 새겨 걸어 두고 싶다.


 

 <201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