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9년

무거운 나의 이름 '할머니'

수행화 2012. 12. 3. 22:01

꼭 2년만에 딸이 둘째를 출산했다.
출산일이 가까웠는데도 아기 체중이 적은 편이라는 말에 은근히 마음 고생을 했는데
조그맣고 어여쁜 딸아이를 낳았다.

출산을 지켜 보는 것은 내가 아이를 낳느니보다 더 힘든다는걸 나는 경험으로 안다.
더구나 모든 시스템이 우리에게 생소한 이곳 미국에서의 출산이란 어려움이 몇배로 크다.
나는 또 졸지에 분만실에 들게 되었고 심장 떨리는 소리를 들어 가며 함께 아기를 맞이했다.
사진 몇장 찍어 준 것뿐 한 일도 없으면서 한 없이 힘이 드는 건 뭔지 모르겠다.

아기의 첫 울음. 힘겨운듯 아르릉거리며 내뱉는 울음 소리에 나는 눈물지었다.
만남에 대한 벅찬 반가움은 물론 엄마의 고통을가르며 나오느라 저 또한 힘들었을 아기에 대한 애틋함이 더 했다.
엄마의 힘을 줄여주기라고 하듯 몸집을 줄여서 나온 아기가 그렇게 짠할 수가 없었다.

더운 미역국과 따뜻한 방이 기다리는 한국에서의 출산은 정말이지 가 없는 행복이다.

그런데도 딸은 의연함과 담대함으로 고통을 이기고 당당하게도 엄마 몫을 다하고 있어 나는 시름을 잊고 지낸다.

아기는 향내를 풀풀 날리며 매일 매일 복사하게 예뻐져 가고
눈에 폭 쌓인 마을의 정적이 나에게는 나른하고도 감미롭다.

무릇 아기는 우리에게 행복을 가르치기 위해 먼길을 온 찬란한 손님이다.
아기를 에워 싼 서기 어린 공기를 눈 부시게 바라 보며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할 것이기에 안쓰러움이 겹친다.

시간의 파도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얹어진 나의 이름,
'할머니'에 한 없는 무거움을 어쩌란 말인가!

        < 2009. 2.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