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9년

백번의 거절

수행화 2012. 12. 3. 22:19

‘100번이나 불합격 통지를 받은 당신에게’

얼마 전 조간에서 읽은 칼럼의 제목이다. 재미 작가 김 민진 씨의 글이었는데 우울한 기사들이 지면을 껌껌하게 채우고 있는 가운데에
오롯한 한 줄기 밝은 기운을 주는 글이었다.

소설가 지망생이던 작가는 참으로 많은 글을 써서 출판사로 보냈는데 돌아오는 건 거절의 편지 뿐 이었다고 말한다.
거절은 비단 소설만이 아니어서 수필, 연구지원서, 저작권 협상안...등등,
헤아릴 수 없었으니 크나 큰 상처를 입었으며.
끝없이 계속되는 거절을 겪으며 마침내 그녀는 좌절했고,
분노와 모욕감으로 고통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이 완전히 바닥이 난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자기를 일으킨 언니의 말 두 마디,

“첫째는 계속 거절당하는 게 안됐다." 두 번째 말, "나가서 100번 거절당해봐."
100번을 거절 당하다 보면 몇 번 정도는 수락도 될 것이라는 그냥 해 보는 평범한 충고같은데, 그 냉담한 위로의 말이 의외로 자신을 일으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백번 거절 받을 각오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여 마침내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의 그 유명한 말이 있잖은가. 자기 일생에 실패한 슛이 9000개나 된다는! 김연아도 아마 그만큼은 엉덩방아를 찧었을 것이다. 작가로서 나는 그보다 더 많이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 젊은 작가의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성공한 사람은 그만큼 실패도 많았을 것이고 그 거듭된 실패는 내면적인 내공으로 축적 되었을 것이다.
거절과 좌절의 고통은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갈만치 처절하고 비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통과 좌절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잠시 쉬어 가는 것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또 다른 도전의 기회로 삼는다면 마음의 지평은 어느덧 넓어질 것이고 좌절의 끝이 보일 것이다.

“그 나쁜 때에 겪는 좌절과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함께 아파해줬다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단 한 글자도 출판하지 못하고, 단 한 푼도 못 벌 때 언니는 나의 사명과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언니가 내 책을 내줄 수는 없었지만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일으켜 세웠다.”

고통을 함께 해 주고 믿고 오랜 기다림으로 지켜 봐 준다는 작은 배려가
이토록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는 교훈으로 들리기도 한다.

오늘도 수많은 거절과 실패와 좌절에 절망하는 많은 인생에게 다시 일깨워 주고 싶은 말이다.
“100번을 거절 당해 봐”
카피라이터가 광고에 써도 아주 어필할 것 같은 함축의 맛이 있는 말이다.

문제는 나에게 투사하고 대입해 보는 데 있다.
나는 100번을 거절당해 가며 성취하려던 것이 있기나 했던가?
나 자신의 성취를 위해 아파해 본 적이 있는가?
오랜 기다림으로 누군가를 깊이 믿고 바라 본 적이 있기나 했던가?
좌절의 고통에 있는 누군가에게 한줄기 소나기 같은 충언을 해 준 적이 있었던가?

 

< 2009. 5.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