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4년

책의 숲, 도서관

수행화 2014. 2. 2. 01:04

 

 

언젠가 신문에서 '김 병완'이란 사람의 특이한 사례를 읽은 적이 있다.

11년 간의 회사원 생활을 접어 버리고 대책 없이 하루 10 내지 15 시간씩 도서관에서 책만 읽은 사람.

그것도 1000일을 꼬박.

그렇게 해서 쌓인 내공으로 1년 남짓에 33권에 달하는 책을 신 들린 듯이 써 내려 갈 수 있을만치 

남다른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쓴 책,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를 나는 도서관에서 만났다.

 

도서관은 글 읽는 사람을 글 쓰는 사람으로 변모시켰고, 그 어떤 누구와 대체될 수 없는 자신만의 가치로 무장하게 되어, 마침내 극적으로 인생 역전이 일어 났으니 기적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저자에게 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은 퍽 평이하게 느껴져 비유하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일만 시간, 그 이상을 압축해서 투자한 셈이 되니까 말이다.

 

인간이 자기 생애를 통해 어떤 부분에 기울이는 노력과 의지의 총량에 따라 성공의 무게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체험기라고 보면 될 것같다.

도서관이란 인간과 책이 교감하여 역동적인 힘을 발생하는 참으로 소중한 저장 공간이요, 마법의 공간이니 우리는 꼭 도서관엘 가야 할 것이라 충고하는 것만 같다.

 

요즈음은 마을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어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

나는 맹렬히 독서를 하지 않아도 가끔씩 도서관 키 높은 서가 사이를 오가며 작가들이 시간과 공을 들인 그 숱한 책들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재미가 있다.

그리고 서가 한 귀퉁이에 앉아 책 한 권을 다 읽고 돌아 온 날은 더 없이 행복하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꿈에만 그리는 내 맘 속의 도서관이 있다.

몇 해 전에 미국에서 피츠버그 대학 도서관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과 감동은 지금껏 조금도 빛 바래지 않았으며 아마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성당 내부에 들어 선 듯한 멋진 구조에다, 한가하고 품위 있게 배치된 탁자에 여유 있게 앉아 있는 학생들이며, 진리의 등불을 밝히겠다는 상징처럼 높이 매달린 등불이며…..

아!! 소름이 돋을 듯이 전율이 왔으며, 아름다움 앞에서 갑자기 무력해졌으며, 부러운 광경에 가슴이 아렸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서양의 설화나 동화는 많은 부분 숲에서 이루어졌고, 성당 건축물도 숲 속을 형상화한 것이었다고 하는 설을 들은 것 같은데,

지식이 숲을 이루는 도서관과는 의미상으로도 충분히 환상적 조화일 것이다.

 

그 시간 이후로 나는 강력한 소망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나 자신이 내생에 인간의 몸을 받을지 차마 기약할 수 없으니,

나의 아이들이 저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되어 책을 읽고 담소하는 멋진 순간을 갖기를 바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멋진 도서관이 많고도 많을 것이나 적어도 나에게 그 도서관 풍경은 꿈같은 것이어서,

한 장의 선명한 사진으로 내 맘의 사진첩에 조용히 간직한 채, 나는 소박한 동네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도서관의 서가에 가만히 숨어 드는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그 고립의 장소에서 잡지를 뒤적이기도 해가며, 은둔과 일탈의 자유를 즐기는 나를 가끔 보곤 한다.

회오리 지난 자리처럼 텅 비워지는 순간, 단조로움이 이어지는 시간이 거기 있어 좋다.

 소나무 숲이 피톤치트를 공급 하듯이, 책 숲도 어느듯 내 영혼에 살균의 에너지를 뿌리고 있어서일까?

마음에 폐활량을 늘려 주는 내게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마법이 일어나 빛나는 존재가 될 리는 없을 것이나,

소박한 도서관은 조건 없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서 때로 송구하기도 하다.

조금 전에도 나는 클맄 한 번으로 대출 연장을 신청했다.

대출해 온 책을 명절 끝이라 다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이것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도서관과 더부러 자기 시간에 충실하고 자기 시간의 임자로 산 김 병완 씨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서관이 내게 기적을 안겨 주지 않는다 해도 멋진 도서관을 기웃거려 볼 수 있는 것만도 나에게는 기적처럼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긴 인생을 돌이켜 보면 기적 아닌 것이 무엇이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