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4년

'신기한 여행' -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는 여정.

수행화 2014. 4. 22. 10:14

  

 

미국에서 우수한 아동 문학에 수여하는 보스톤 글로브 혼 도서상(Boston Globe Horn Book Award) 을 수상한 동화이면서,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연속극 별에서 온 그대’에서 언급이 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기에 찾아 읽은 동화책이다.

케이트 디카밀로 (kate Dicamilo) . 배그램 이바툴린 (Bagram Ibatouline) 의 그림.

 

 

 


 

 나는 책을 펼치기 전까지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으며, 내용에 대해 아무런 예비 지식이 없었다.

그저 흥미로 찾아 읽어 보기로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페이지를 펼치면서 이미 이 책에 얼마나 예쁜 글들이 실려 있을 것인지를 짐작하고 있었다.

 

 애드워드 툴레인은 도자기로 만들어진 키가 큰 토끼 인형이고,

애벌린 툴레인이라는 열살 짜리 여자아이가 주인이다.

애벌린의 할머니가 애벌린의 일곱번째 생일에 맞춰 프랑스에서 주문해서 선물한 것으로서,

비단으로 만들어진 정장, 최고급 가죽 맞춤신발, 멋쟁이 모자에 회중 시계,

그리고 옷장까지 갖춘 럭셔리한 인형이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스스로 마음을 내어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은 물론,

자신이 인형 취급을 받는 것조차 마땅찮게 여기는 도도하고 우아한 에드워드였던 것이다.

적어도 툴레인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가는 유람선을 타기 전까지는.

 

영국행 유람선 선상에서 만난 아이들이 심술스럽게도 에드워드를 바다에 던지는 장난을 한 것이다.

이 뜻밖의 엄청난 사고에서부터 툴레인의 파란만장한 여행이 시작된다.

바다로 나가 떨어져 머리가 흙 속에 쳐 박히게 되면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난생 처음 경험 하게 되었고,
고난의 여정이 이어지면서, 희노애락의 마음이 조금씩 자라고, 사랑의 감정에 대해 알아 가는 여행,

신기한 여행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어부 할아버지의 그물에 걸려 다시 햇빛을 보게 되어 기뻤고, 할아버지 부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들의 말벗이 되면서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감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살아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자기가 은연 중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고 깜작 놀라기도 한다.

 

이후 다시 버려지는 경험, 방랑하는 세월을 살아 보기도 하고, 죽음을 바라 봐야하는 가슴이 쓰라리는 기억이 있었으며, 작별의 인사도 없이 헤어지는 아픔까지….

 

에드워드는 뒤에 남겨 놓은 이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는 일이 어떤 건지 알고 있었어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고 있었죠. 그래서 기울여 들었어요. 귀를 기울일 때 애드워드의 가슴은 넓게, 더 넓게 열렸답니다.”

 

가난한 어린 소년, '브라이스'와 도시의 뒷골목에서 어렵게 살아 가던 시절,
소년의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매일의 빵을 구하던 시절

뒷골목 식당 주인은 소년에게서 인형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밥값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자기 인형은 죽음에 직면한다.

소년의 절망과 도자기의 죽음에 이르러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린 브라이스는 인형 수선공 아저씨에게 찾아가 울면서 에드워드를 살려만 준다면 자기는 소유를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인형과 작별한다.

인형 수선공 아저씨는 소년의 우정에 감탄했다고 훗날 에드워드에게 일러는 준다.

 

 

 



 

 

에드워드는 인형 수선공의 손에 의해 스무 한 조각으로 산산조각이 난 머리를 다 붙여 마침내 죽음의 세계에서 살아 나게 된다. 

인간의 시간에서 다시 인형의 시간에 들어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나이가 백세가 되었다는 것을 들어 알게 된다.

옛 영화로운 시절의 모습은 되찾았으나 전혀 행복하지 않았으며,

누군가 찾아 오기를 기다리지도 않으며, 또 어떤 사랑을 기대하지도 않으며 그저 살아간다.

 난 이미 많은 사랑을 많이 받아 봤어. 사랑은 끝이야. 아주 고통스러워.”

 

그러자 옆의 늙은 인형은 위로한다.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에드워드는 생각에 잠긴다.

 

"귀 기울여 듣는 것과 사랑, 또 마법과 저주들. 

자신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자기가 다시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게 가능하기라도 할까?”

그렇지만 모든 사랑은 지나갔고, 아무 것도 가능하지도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애드워드 툴레인은 나이 많은 인형이 들려 준 말을 되새겨보며 작은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야.”

에드워드 톨레인은 기다리고 기다렸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또 바뀌어 가는데.

누군가 올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거야.

 

스토리는 오직 사랑을 받을 줄만 알지,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토끼 에드워드가 혹독한 세상에 내몰리면서 비로소 사랑하는 법을 알았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 온다는 것일 뿐이다.

 

도도하여 건조하기까지 한 인형, 에드워드가 사랑을 알아 가는 과정, 고난의 시간을 통해 감정이 생겨나는 과정은 고통을 통해 익어가는 인간의 감정인 것이어서 그렇게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일 터이다.

에드워드를 살리기 위해 에드워드를 포기하는 가난한 소년의 마음이 너무 애처러워 또 눈물을 흘리고 만다. 

한번 보고 다시는 찾지 말라는 아저씨의 비정한 말에 내 가슴이 에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손자, 손녀는 유난히 인형을 좋아한다.

특히 막내 아이는 아기쩍부터 보송보송한 곰 인형과 함께 자라 왔다. 그 당시는 저보다 더 커 보이는 인형을 질질 끌면서 놀더니 이제는 늙고 야위고 (보송한 털은 다 빠지고) 참 볼품이 없는데도 유치원이고 어디고 할 것 없이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가끔 영상으로 만날 때는 궁금하게 여기지도 않는 할머니, 나에게 마마베어 얼굴을 보여 주며 안부를 전해 준다.

큰 아이들은 또 그들만의 방식으로 인형과 놀고 때로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세상 구경도 시켜 준다.

  

물론 나는 인형에게 관심이 없다.
애벌린의 부모나 할머니가 애벌린이 에드워드를 진짜 친구처럼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귀여워 하는 그 정도의 관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커튼 사이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말갛게 뜬 눈으로 새우고 있는 인형의 모습에서,

가족처럼 식탁에 함께 앉아 식사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에드워드 일상의 묘사에서...

나는 나의 아이들이 느낄 것같은 우정의 감정을 전해 받으며,

귀여운 우리 아이들을 책 속에 집어 넣어 더 따스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외로운 마음에 귀 기울여 주던 시간들, 삶에 힘 들어 하는 친구의 벗이 되어 주었던 시간들을 살아 가면서,
에드워드에게서 사랑의 감정들이 자라고 또 자랐던 것이다. 행복한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말이다.

사랑은 고통을 남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사랑을 향하여 아주 마음을 닫지는 말아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랑은 먼저 마음을 열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이에게로,

오랜 기다림 끝에 온다는 것을 에드워드를 통해서 바라본다.  

간직해야 할 마음의 좌표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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