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4년

"Eat, Pray, Love" 절묘한 균형감.

수행화 2014. 6. 7. 15:00

책을 읽으면 나는 늘 긍정주의자가 되면서 저자에게 매료되는 일이 많다.

글을 쓰는 사람의 지력(知力) 에 존경의 념(念)을 가지게 되고,

그 상황에 나 자신 한 동안 젖어 있기도 한다. 적어도 며칠 간은.

이번에 읽은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를 읽고 나서도 내 긍정주의 성향은

어김이 없어 작가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 의 애독자가 될 것만 같다.

 

아마존 톱 베스트셀러였다고 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 봤더니 큰 키에 금발의 미모여서 한 번 놀라고,

TED에서 강연하는 걸 보고  위트 넘치는 그녀의 달변에 감탄 했으니, 더 큰 기대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작가가 1년에 걸쳐 이태리, 인도, 발리를 여행한 지극히 개인적 여행기라 할 수 있는데, 유머와 재치 속에 남다른 통찰력이 반짝였으며, 고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영적인 힘을 구축해 보려 하는 집념이 예사롭지 않았으며, 나아가 자신의 연애 감정에까지 꼼꼼하리만치 섬세하게 그려 나가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을 줄 아는 솔직한 작가여서 그렇게 빛이 나는 것 같다.

 

36장의 이태리 이야기는 쾌락 추구의 장이라 정리하고 있다.

자신을 물리적으로 생소한 곳에 홀로 내 던지면서 당시에 겪고 있던 번민과 고통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도시에 들 때마다 맛 있는 이태리 음식에 탐닉해 보고,

이태리 어도 배워 보면서 서서이 외로움과 사이 좋게 지내는 법을 알아 갔다는 것. 

로마의 거리를 걷고, 로마인들과 교유하며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면서도 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과거 내가 누구였고, 무엇을 대표했으며, 누구에게 속해 있었고, 한때 어떤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었는지에 관한 부질없는 생각들에 미련을 가지지 말라고. …"

 아우구스테움의 경고라 여기며 마음에 새겨면서 자아의 현재 지향점을 점검해 보면서, 

끊임 없는 격동과 변화의 물결을 우리가 언제든 받아 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리를 걷는다.

 

이태리 어를 배우며 행복이 싹 뜨는 것을 알아 갔다고 하리만치 이태리어는 아름다운가보다.

플로렌스 방언과, 단테의 신곡에서 내려 받은 문학적 혈통을 가진 아름다운 언어여서, 배워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어서, 이태리 어를 맘껏 쓸 수 있는 로마는 요정의 도시라고 추켜 세우며 애정을 보낸다. 

 

삶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내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임을 깨달았다는 말에 깊이 공감이 갔다.

작가는 마침내 당당하고 도도한 로마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한다.

 

다음 36장은 인도의 '아쉬람' 명상원에서의 경험으로서 신앙 추구의 이야기로 엮어졌다.

명상원의 일상은 힘들다.

새벽 세시에서 시작하여 밤 9시까지 하루에 몇 시간씩은 묵상을 해야 하고

명상과 기도에다 울력까지 해야 하는 고된 나날을 보낸다.

울력이란 수행하는 사람이 협동해서 하는 육체 노동으로 여러가지 일이 있는데 작가는 매일 물걸래로 기도실 바닥을 닦는 일을 배당 받았다가 훗날 명상원 안내를 맡는 안주인 역할까지 해 보게 된다. 

 

마음과 싸우는 생활,

머리에 불이 붙은 사람이 신을 찾듯 신을 찾으라'는 구루의 가르침을 쫒아 힘 든 기간을 치열하게 보낸다. 쉬운 습관을 버렸으며, 인내와 극기의 힘을 길러 고된 시간을 견뎠다는 것이다. 

 

명상동굴에서 하루 너덧 시간을 정진하며 뭐라 형체를 떠 올릴 수 없는 신념, 그 막연한 어둠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자신을 담금질해 갔다니.....구도를 향한 작가의 열망이 예사롭지 않다. 

인생의 의미, 신의 본질, 우리 영혼의 운명에 대한 해답을 끌어 내고자 명상에 매달린다.

결코 답이 없는, 답을 미리 알 수 없는 것들에 매달렸으며,

마침내 기도와 명상을 통하여 신의 존재감, 신과의 일체감을 경험하는 날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명상은 잡념의 재생산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잡념을 떨치는 고비를 넘긴다 해도 무념에 이르기란 너무 어렵다는 걸 아는 나는 그녀의 대단한 목표 의식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이 모든 힘든 과정에도  자신이 무너질 틈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씩씩하게 삶을 유지하라는 가르침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야 발레에서의 기록, 36장은 균형 추구의 장으로 분류해서 쓰고 있다.

발리인은 제사와 제례의 끊임 없는 순환 속에 살아 간다. 그래서 신의 도시라 부르게 된다.

발리를 여행하는 자는 꽃이나 음식이 든 공양 광주리를 이고 사원을 향하는 여인의 풍경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고, 그것이 신비로워 보인다. 

여행자인 작가는 인도에서의 고된 기간과는 달리 지극히 평화롭고 한가한 생활을 보낸다

발리의 주술사를 찾아 가 손금을 보는 등 독특한 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전통 발리 치료 센터의 치료사를 만나면서 색다른 인생관과 생활상을 들으며 소일하게 된다.

 

평화로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빈한한 삶의 애환을 보게 되고, 결국 자신은 많은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여 전통 치료사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자선의 일을 하게 된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기도 후의 회향, 남을 향한 보시의 행(行)인 것이다.

그리고 자기에게 아주 편안한 사랑을 찾게 되니 완벽한 균형을 구하게 된다는, 해피 엔딩의 스토리다.

 

운명의 강력한 힘을 말한다. 그러나 운명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운명의 절반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나머지 절반은 우리 손아귀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은 삶에 변화와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은 취사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독한 정신적 시련을 이기고, 균형 잡힌 인생의 길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마음의 항구를 그려 보고 있는 점. 아름다워 보인다.

 

 "여기는 평화로운 항구, 오로지 평온함만 피어나는 아름답고 자랑스런 섬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

 난 더 이상 건강하지 못한 생각들의 항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항구, 안전한 곳에 자리 잡은 항구, 새롭게 제정된 법에 의해 안전하게 통치되어, 어떤 나쁜 기운을 가진 자도 항구에 들어 올 수 없게 하는 자신만의 항구…. "

 

항구는 피난처이고 자신을 보호해 주는 섬으로 가는 입구라고.....참 멋진 생각이다.

어떤 자연스럽고 필요한 걱정으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하고,

정신적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꾀할 수 있는 자신만의 내공이 그녀에게 분명하게 보인다.

항구를 안전하게 사수하면서 작가는 다만 글을 쓰고 자기 신념을 향해 질주해 나갈 것이다.

 

내 생애 가장 오래 걸려 읽은 책으로 기록 될 것이다.

영화를 보아 스토리를 알고 있어, '쥴리아 로버츠'의 얼굴이 시종 연상되는 가운데 무려 88일에 걸쳐 읽었으니 말이다.

445p에 달하는 나에게는 살인적이 두께의 영어 소설을 말이다. 아! 내 주제에...

 

'쥴리아 로버츠'의 얼굴은  TED 강연을 보면서 바로 작가의 실물과 교체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