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8년

나 자신을 행복 속으로 바래다 주고자 !

수행화 2018. 1. 1. 11:10

시간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흐르는 강물이다. 시작을 모르고 끝을 알 수 없는 간단 없는 흐름이다. 그것에 우리는 하루, 한달, 일년.....이라는 잣대를 만들어 또박 또박 재어가며 살아간다. 시간은 누구에게 지배 받지 않는 공정한 명령자로서  2017년을 한 해라는 다발로 묶어 역사 속으로 보내 버렸다.  

새해 일출 명소를 향하는 차량이 길을 덮었다니 열정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도 많나보다. 제야의 타종 소리를 듣고, 새해 고만고만한 계획들을 챙겨보는 이 시간을 제의를 행하듯 좀 더 경건하게 임하고 싶은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언제나 이 시간은 까닭 없이 불안하고 서글퍼진다.

지난 해 이 시간, 이 책상에 앉아 제법 공들여 궁리하던 일들을 삼백예순다섯 번째의 밤에 반추해 보는 것은 매년 의례와 가까운 일이다. 지난 해에도 큰 만족은 없으나 나름 최선을 다하고자 했었노라 자평을 써 본다. 즐거운 일 한 묶음, 슬픈 일 한 묶음, 고통스런 일 한 묶음.....마음으로 지난 시간에 이름표를 붙여 가닥을 잡아 보니 단조롭게만 여겨지던 날들이 어지간히 다채롭다.

도타운 우애를 지녔던 동기간 둘을 잃어 한 없이 쓰라린 봄을 보냈고, 미국에서 딸아이가 남매를 데리고 와 찌는 더위 속에서 두달 보름을 즐겁게 지내기도 했었다. 내가 그 아이들을 위해 끼니를 챙겨 주고 옷을 빨아 입힐 날이 뭐 얼마나 더 있을라나 하는 마음에 힘 든 줄 모르고 지난 시간이었다.  

오래 산다는 것은 누구나 추억 부자가 되어가는 일이다. 추억 곳간에는 행복도 슬픔도, 고통의 순간들도 차곡 차곡 나름의 모습으로 쌓여 과거라는 정물이 되어 있다. 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간다고 해서 시시하게 여기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온 힘을 다해 살아 온 흔적, 추억 부자로 거듭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빠르게 갉아 먹어가는 지금 나는 오히려 담담히게 '생 택쥐베리' 의 말에 울림을 느낀다.

 "한 그루의 떡갈나무를 심으면서 즉시 떡갈나무 그늘에서 쉬려는 희망을 품어서는 안된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는 그 무엇, 가시적 그 무엇에 대한 열패감에 시달리지 않는 한 해를 가지고 싶다. 내 안의 영원한 연장자에게 너그러운 나를 부탁하고 싶다.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어 아름다운 법, 제자리에서 빛나는 나의 가족, 나의 지인들을 모습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리라!  

결심의 계절이다.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의 결심이 단단한 말이 되어 떠돌아 다닌다. 곧 심경의 변화가 찾아올지라도 결심의 동기는 순수하고 가상하다. 새 마음으로 나도 결심산업의 소비자가 되어 보기로 하며 비로소 과거로 가는 길목에 서서 저문 해에게 고마움을 실어 배웅한다.  "2017년이여 안녕히!"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새해 나의 말로 삼으려 한다. 

 

'무엇보다 걷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날마다 나는 나 자신을 행복 속으로 바래다주고, 모든 아픔에서 걸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