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8년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

수행화 2018. 3. 21. 00:48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 는 말에서 보듯, 눈치란 드러나지 않게 분위기를 지레 알아내는 영리한 삶의 방식이다. 제목에서 얼른 피로감이 느껴지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언어임에 틀림이 없어 끝까지 읽었다.


글 쓴 이는 박 진영이라는 사회 심리학자이다. 

사회 심리학이란 다른 사람과 더부러 살아 가야 하는 사회에서 피부로 느끼는 많은 궁금증들에 대해 연구하여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실생활에 유용한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각기 달리 형성된 자존감, 정체성, 자기 통제력같은 자신의 문제와 사회 생활을 통하여 발생하는 외로움과 소외감, 눈치 보기등의 심리를 연구하여 과학적 논리를 갖춘다는 것이 어렵기도 하겠고 재미도 있겠다 싶다.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이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뇌 영역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면 아프고 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타이레놀이 외로움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 P. 21 >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을 의식하기 때문에 위생산업, 패션산업이 발달한 것. 남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 p. 39 >  


"어쨌던 관중은 스트레스다.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따위에 너무 신경 쓰면 우리는 스스로 자처해서 관중에게 둘러 쌓이게 된다. 주변 사람이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에서 관중이 되어버린다."  < p. 50. >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의 감정, 생각, 경험을 남들이 어느 정도 알아챌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투명성의 착각, 훤히 보인다는 착각이라 한다."  < p.177. >


"단순히 웃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진짜 즐거워지는 효과가 있다. 챨스 다윈의 말처럼 우리의 감정이란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서 더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 많이 웃을수록 실제로 더 즐거워지고 많이 찡그릴수록 실제로 더 짜증이 날 수 잇는 것이다. 또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란 말이다.  < p. 198 >


얼마 전 영국에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참 개성 있는 정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국민의 외로움까지 돌보겠다는 섬세한 복지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주의적 삶의 방식이 어느듯 외로움이 사회문제가 되어야 하는 수준까지 온 모양이다.

외로움에서 오는 고통이 신체적 통증을 수반한다고 심리학자는 말한다. 마음의 고통도 일종의 통증인지라 타이레놀이 진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고, 사회적 고립에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은 매일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하는 주장도 들어 본 것같다. 


개인이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는 생존과 무관한 심리적인 욕구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타인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 좋은 관계를 갖고 싶은 욕구, 소속감의 욕구 등 등..........
나와 남의 심리상태를 잘 이해한다면 사회생활이 한결 수월해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우월한 부분을 타인에게 부각시키려 애를 쓰는 사람, 남의 결점을 봐 넘기지 못하고 들추는 사람, 그리고 자신은 보다 높은 반열의 사람과 '상향 비교'를 일 삼는 사람들의 심리는 실은 낮은 자존감과 긴밀히 연관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심리 상태를 감지하고 미리 헤아릴 수 있다면 이런 성향의 상대가 나에게 심적 타격을 가한다 해도 아량을 갖고 이해할 여유가 있을 것같다.


우리는 완전히 혼자가 되기 전에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산다. 무의식 속에서 의식하는 타인의 시선을 마음 속의 유령 관중이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적절하게 들린다. 우리 마음이 키운 유령관중에 우리가 꼼짝 없이 지배되거나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어리석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나의 경우, 어쩌다 마음에 들지 않는 매무새로 외출을 하게 된 날은 집에 돌아 오는 순간까지 내내 신경이 거슬리고 마음 불편해하며 다니게 된다. 아무도 나를 주시하지 않을 터인데 나 혼자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전전긍긍한다는 걸 알면서 그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SNS 활동이 유령 관중을 의식한 보여주기의 대표적인 장이라 하겠다. 혹시 과장된 보여주기가 유령 관중에게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안겨 주지나 않는지 노파심이 일기도 하는데 괜한 걱정었으면 좋겠다. 이름 있는 유명 레스토랑의 주인 얘기가 생각난다. 자기 블로그에 음식 사진을 올리겠다고 의자에 올라가 음식 사진을 찍기도 하고, 긴 렌즈로 좋은 구도를 잡겠다고 이웃 테이블 손님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예의 없고 안하무인의 고객들이 많아 골머리를 썩인다고 했다. 자랑하고 과시해서 남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착각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보여 주려 애쓰지 않아도 우리 나라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은 하루 평균 83번의  폐쇄회로 TV에 찍히며 산다고 하니 우리 삶은 드러내고 보여주기가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사회성이 좋은 사람은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고, 활발한 인간관계는 암도 고친다는 설이 있다.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은 사회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사회성을 높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지만 성격은 씨앗과 같아 어느 정도 유전적인 것으로서 근본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좋은 습관을 위해 노력하고 교양과 예의를 갖추어 더부러 편한 사회를 지향해야 할 일이다. 모름지기 사람의 감정은 전염이 돼 행복한 사람과 있으면 행복해지고, 어두운 사람과 있으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행복하고 유쾌한 사람이 사는 방식에서 배움을 얻어야 할 것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부피 대신 가장 많은 당분을 소모하는 장기인데 그런 뇌 활동 중에 유독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 자기통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통제를 하게 되면 에너지가 쑥 줄어들게 되고 다시 채워질 때까지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한다."   < p. 153 >


 노력으로 마음을 바꾸는 것도 머리가 일을 하고, 자기를 통제 하고 외로움을 견디는 것 등 우리의 모든 심리 작용도 결국 몸이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머리를 쓰거나 극도의 스트레스에 직면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니 마음의 작용은 에너지를 먹어치우는 하마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나 갈등은 인간의 삶이 영위되는 한 더부러 가야 하는 고통이니 각자 자기 능력에 맞는 적절한 관리를 해줘야 할 것이다. 저자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자기의 불편이나 갈등의 감정을 인정한 다음,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을 정리한다. 그 생각들을 종이에 적어 하나씩 하나씩 실제로 쓰레기 통에 버리는 일을 하는 것이 '감정 버리기 연습'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갖고 싶은 감정, 예를 들면 '나는 할 수 있어' 라는 등 자기에게 긍정적 기운을 줄 말들을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목표를 1~11위까지 적어서 마음의 지표를 삼을 것을 권장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외향적인 면을 보고 자기 나름의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하고 진리로 삼아 버린다. 너에게서 착각이 사라지고 내가 눈치를 덜 보며 잉여의 에너지를 유용하게 쓰면 좀 좋을까 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외로음에 처하게 되는 경우 그래도 눈치력만은 향상이 된다고 하니 인체는 보상 작용이라는 반사적인 방어 체계도 있는 것같아 신비하기만 하다. 어쨌거나 외로움과도 잘 지내기만 하면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싶다. 


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 진다는 말을 새겨 듣고, 함께 있어 남이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보람된 에너지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