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8년

휘바 핀란드, '진정한 심플라이프'

수행화 2018. 7. 14. 16:42


달은 기울기 위해 차오르는 것일까? 심플라이프를 외치고, 미니멀리즘을 예찬하는 글들에 어느듯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걸 보면 문명한 삶과 풍요로운 위식주를 위해 질주하느라 우리는 많이 숨이 가빠진 모양이다.

우리 마을에 TV 가 몇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이 최초로 달 착륙하는 장면을 TV로 보겠다고 우리집 마당에 사람들이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찾아 보니 1969년). 투도어 냉장고가 최신이라며 들여 놓고 닦고 또 닦으며 행복해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의 소박했던 지난 삶이 진정 심플한 삶이 아니었을까?   


북유럽의 생활 방식이 인구에 회자하고, 그들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높이 사는 분위기가 들불처럼 번져 간다. 핀란드의 논픽션 작가, '모니카 루꼬넨' 이 쓴 '휘바 핀랜드'라는 책이 내 시계에 들어 온 까닭이기도 하다. '휘바'란 Good, 좋다는 뜻이라고 한다.

핀란드인들은 좋은 물건만 골라 10년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온 아주 오래된 '이딸라'의 그릇과 접시를 쓰는 것이 희귀한 일은 아닌 것으로, 물건을 그저 오래만 쓰는게 아니라 자자손손 물려 주는 것을 가치있게 생각한다고 한다. 새로운 물건은 얼마든지 있지만 오래 간직한 물건은 다시 만들 수는 없어 자연히 소중하다는 관념이 좋아 보인다.

 

한번 산 물건 오래 쓰기, 옷을 오래 입고 자신만의 스타일 따르기, 리폼해서 쓰고 서로 바꿔 가며 쓰기, 혼자만의 시간을에 집중하기사우나로 피로 풀기, 자연의 변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바라보기, 등물을 가까이 하고 책 읽기......

얼핏 무색무취해 보이는 모습같지만, 깊은 내공을 지닌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신감이며, 자기만의 멋이 따스하게 전해져 오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인생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삶을 살려고 한다. 현재를 고요하게 머물며, 옛 것의 가치를 높이 사고 그것들과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 현 시대가 강요하는 모든 물질적인 것들을 욕심 내어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모두 소중히 여기는 것, 이 모든 것들이 핀란드인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다.”   < P. 69 >

 

자연은 영감의 근원이자 에너지와 행복의 원천이다. 안개비 속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신선한 공기와 성큼 다가 온 여름의 향기를 느낄 때. 어두운 어느 가을밤,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 차분하게 내리쬐는 다사로운 햇살, 여러 각도에서 비춰지는 은은한 달빛, 쾌청한 가을의 하늘, 캄캄하게 운치 있는 추운 겨울 밤, 포근한 이불로 몸을 감싸는 것, 눈과 함께 찾아오는 고요함……행복이라고 인지하면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

행복을 주는 게 이렇게 많은데 돈이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행복을 매긴다면 행복의 범위는 너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편안한 행복관이 좋다. 

 

몇년 전에는 '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라는 말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인 사명처럼 거리에도 지면에도 쏟아져 보이더니, 곧 아늑하고 따뜻하다는 뜻의 휘게 (Hygge) 스타일이 그 자리를 차지하나 싶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소확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 와 더부러 유행을 선도하는 것같다. 거기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까지.....외국어 돌풍도 유행바람이다.


물질이 모든 가치의 최우선 순위가 되는 현실에서 삶의 방향을 조금 수정해 봐야할 시기가 왔나 보다. 우리는 모두는 인생을 일벌로 살았고, 단거리 선수가 되어 달리고 달려 세상이 이렇게 편리해졌건만 모두들 행복해 하지 않으니 이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우리 젊은 시절은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야만 했던 시절이었고, 좀 더 새롭고 좋은 것을 갖고자, 더 많이 쌓아두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었다. 그게 별반 부질 없고 시답잖다는 것이었다는 건 그야말로 '살아보니.......'의 나머지 감정이다. 

살아 보지 않은 자들에게 '심플라이프'란 가진 자의 여유로서, 관념적 사치로 접근해 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외국어로 표기되어 아주 세련되고 퍽 있어 보이는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실은 지난 시절 우리의 정서였다는 걸 잠시 잊었다는 느낌이다.

 

"SPA 브랜드이용하거나 저렴한 가게에 가면 가난해진다."

저렴하게 유행을 쫒아가는 패스트 패션이 광풍을 몰고 있다고 한다. 쉽게 구매하고 아까운 마음 없이 쉽게 내다 버릴 수 있어 좋다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아 막상 지구는 쓰레기 몸살을 앓는 중이라고 한다.

20년이 훅 넘은 묵은 옷들이 옷장에서 나와 함께 늙어가는 걸 보는 나도 그런 시류가 맘에 들지는 않는다. 오래된 옷은 말 없이 소슬한 추억을 일깨워 주어 좋다. 가끔씩 꺼내 복고풍을 연출해 보는 재미가 또 좋다. 어쩌다 훨씬 커진 손녀를 입혀 보아 스타일리쉬하고 멋지다며 좋아라 입고 나서면 그건 행복의 정점이다.

정리 컨설턴트라는 사람들은 물건에 자기 감정을 이입하여 잘 버리지 못하니 구질구질해진다고 지적질을 해댄다. 하지만 오랜 옷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저렴한 가게에 가면 가난해 진다"는 작가의 사상이 마음에 들었다. 싼 가게에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들른다면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인들은 집안에서 가족과 더부러 믾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고 한다. 집을 사랑하여 인테리가 발달해졌다고 말한다. "인생을 살기 위해 많은 것을 살 필요는 없다."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여 천천히 오래 즐길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본 받을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게 사 들이고, 오래 쓰고,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한다는 것이 심플라이프의 기초가 될 것이라 정리해 봤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찬찬히 지켜 보면서 모든 것에 너그러워지려 노력한다면 뭐 성자와 다를바 없는 삶이 아니겠는가!

자분 자분한 말소리가 책갈피를 통해 흘러 나오는 느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참 심플하기 그지 없는 책이라 하겠다. 비법을 일러 주거나 마법에 걸리게 하지 않으니 혼자 속 차리고 맑은 생수 한잔을 마셔야 하리라는 느낌이 든다.


빛의 속도로 전해져 오는 이웃과 타인의 행복한 모습이 우리의 작은 행복을 훼방하려든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본다. 행복을 말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심플라이프를 말한다고 인생이 심플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읽으며 내 일상과 습관을 비춰 보며 내 몸에 맞는 행복을 찾아 봄도 좋을 것같다. 

집중력 떨어지는 내 의지를 나무라며 책 안에서 서성이는 내 독서 습관은 이 책에서는 전혀 무리가 없는 것도, 책의 주제처럼 심플라이프의 한 부분인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