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5년 18

제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는 말을 떠 올려 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잘 정돈 된 실내는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제 위치에서 제 구실을 할 때 안정된 아름다움이 있다. 소는 푸른 들녘에서 볼 때 어진 아름다움이 더하고, 이름 모를 들꽃은 들녘에 흐드러질 때 그소박함이 너무 아름답고, 학생은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열중 하는 모습은 정말 아릅답다. 자기 자리에 걸맞게 열심히 사는 모습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제자리를 벗어 나면 불편함이 따르고, 궤도를 벗어난 어떤 것도 고와 보이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미끄럼도 타고, 바이킹 그네 타기라며 엄마랑 마주 보며 그네도 타고, 놀이 기구에 몸을 실어 빙그르르 돌아 보기도 하면서 아빠 안 계신 어린이 날을 소박하고 작게 보낸 아들네 가..

노트북/2005년 2008.08.25

답글함께 묻어 온 사랑

내 글을 읽은 동생이 보낸 메일을 확인 한 봄 밤. 문자의 가공할 힘을 새삼 느낀 날이다. 짧게 반짝이는 답글 사이에서 묻어 나온 내 동생의 깊은 속 마음에 나는 준비한듯 눈물이 솟았다. 눈물이 많은 것도 우리는 닮았고...,못 말리는 눈물이다. 동생이 작은 체구에 첫 딸을 낳았을 때 한 없이 애처러웠고, 남편이 외국 출장 중에 아들을 낳아 그렇게 눈물이 났으며 그러나 가장 잊지 못할 일은 남편 쫒아 아르헨티나에 가느라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날 때의 영화 장면같던 그 날의 일이다. 가족이 모여 오손도손 살텐데 왠 눈물이 그렇게 쏟아졌는지... 그날 이후 며칠을 나는 앓았었지. 몸도 마음도. 우리는 코드(?)가 같은지 웃고 울기도 같이 잘 한다. 친구에게 웃음 지우며 메일 보내고 있는 모습을 그리며 나..

노트북/2005년 2008.08.25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더욱 소중한 사람이 되어보리

내 동생은 귀여운 중년의 여자다. 모습도 뽀얗고 예쁘지만 마음 씀씀이가 동글 동글 귀여운 여자다. 우리는 자매이며, 벗이며, 때로는 많은 연민심을 가진 동지이기도 하다. 그런 동생이 입원했다는 전화에 등골이 서늘해짐은 당연한 얘기인 것이다. 그리고 평소 건강이 나쁘다곤 했는데 무관심했다는 자책에 내 가슴은 조여 들었다. 통증으로 숨 쉬기도 원활하지 않은 동생에게 나는 뭐 해 줄 일이 없었다. 더구나 젊은 시절 많은 날을 앓아 본 나로서는 그것을 보는 일조차 쉬운게 아니었다. 통증을 잊어 보려나해서 얘기도 해 보고, 일으키고 뉘어도 보지만 통증은 시시각각 그녀를 괴롭혔다. 현대의 발달한 의학도 병명을 판독 하는데 많은 시간을 요했고 고스란히 통증은 환자의 몫이 되는 가혹한 일이 벌어졌다. 아~ 심장이 터질..

노트북/2005년 2008.08.25

늙어가는 이유

겨울 끝자락은 눈까지 뿌려 보며 꼬리를 늘여 보지만 봄은 따스한 기운으로 삽시간에 눈들을 녹이며 자신감 있는 도전을 해 보는 등 서로 밀고 당기고 해 보는 계절이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면 속앓이에 들어 가는 나는 이봄에는 맥아더 장군의 글을 새겨 보며 구두끈을 조금 조여 볼까 한다. "단순히 오래 산다고 해서 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늙어가는 이유는 목적과 이상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할 뿐이나 무관심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영혼을 흙으로 되돌리는 것은 긴 세월이 아니라 근심, 의심, 자신감 결여, 두려움, 절망 같은 것들이다. 믿는만큼 젊고, 의심하는 만큼 늙으며, 희망하는 만큼 젊고, 절망하는 만큼 늙는다. 늙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태도에 달렸다." 뭇 생명이 잠을..

노트북/2005년 2008.08.25

인간의 이유기

인간은 일생을 통해 두번의 이유기를 갖는다고 한다. 모유를 먹으면서 자라 치아가 나기 시작하면 첫번째의 이유기에 들어 간다. 갖은 이유식을 거쳐 비로소 어른에 가까운 식사를 하게 된다. 그때 아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심적인 고통을 겪을 것이다. 지금껏 밀착해 있던 엄마와의 공간적 거리감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싶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정신적 이유기를 겪는다고 한다. 독립된 인간으로 홀로 서기 위한 고통을 겪어 간다는 말이다. 경중(輕重)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이 과정을 지나 비로소 인간으로 바로 선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식은 어느 기간부터 의타심을 버려야 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개체로서 아이를 존중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봄이 좋을듯하다. 그러나 자녀 수가 줄어듦에 따라 서로가 서로에..

노트북/2005년 2008.08.25

아이의 말은 시가 되어

규영이는 고모와 노는 것을 많이 좋아 한다. 올망졸망 유난한 잡동사니가 많아서 더 즐거운 모양이다. 고모에게는 밴드에 꽃이 찍힌 시계가 있다.(위의 사진) 시계가 잘 가지 않는다고 고모에게 종달종달 묻는다. 고모 : "세영이가 물어 뜯어서 그래." 규영 : "세영이가 왜 꽃을 먹었지?" "꿀을 빨아 먹었나?" "세영이는 벌인가?" 시계줄 속의 꽃은 어느새 생명을 가져 꿀을 머금은 꽃송이가 되어버린다. 아이의 말은 시가 된다. 시인은 아이의 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시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같다. 아이의 말은 사뿐하고 맑은 금속성으로 통통 튀어 와 내 귓전에 내내 매달려있다.. 언어가 가지는 뉘앙스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규영은 아이가 가지는 직관력으로 연방 빛나는 언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성장하는 과정은..

노트북/2005년 2008.08.25

'다빈치코드'를 읽고

13-3-2-21-1-1-8--5 오, 드라코같은 악마여!(O, Draconian devil !) 오, 불구의 성인이여 (Oh, lame saint !) 1-1-2-3-5-8-13-21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h) 모나리자 (The Mona Lisa ) 위의 암호문을 아래의 문장으로 해석한다는 게 상상이나 되는 일인가? 작가의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굉장한 상상력이 시종 나를 압도하고, 세밀한 묘사는 마치 스릴러 영화와 마주한 느낌이다. 한 숫자가 그앞의 숫자 두개를 더한 합과 같다는 피보나치 수열이나, 연속된 두 숫자를 서로 나누어 보면 그 몫이 거의 1.618 이라는 황금분할의 이론이 등장하고, 루부르 박물관,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귀에 익은 많은 건물과 거리의 묘사는 불현듯..

노트북/2005년 2008.08.25

앎을 아끼는 아름다운 마음

'만약 한 사람의 지기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 간 뽕나무를 심고 1년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씩 물들인다면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따듯한 봄볕에 쬐어 말린뒤, 여린 아내를 시켜 백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내 친구의 얼굴을 수 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아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놓고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엇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 요즈음에 읽은 정 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 에 실린 글이다. 정조 시절 이 덕무(1741~1793)의 글. 지독한 가난으로 어머니와 누이가 영양실조로 얻은 폐병으로 죽고, 처참한 가난과 역경 속에서..

노트북/2005년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