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9년

묵은 일상 속으로.....

수행화 2012. 12. 3. 22:07

겨울을 딸네 동네에 두고 나는 봄에 묻어 집으로 가노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힘든 비행기에 실려 온지 일주일이 되어 가건만...
봄에 곁눈 한번 주지 못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자고나면 여기가 어딘가 싶고, 또 아기 울음 소리가 이명처럼 귓전에 와 있다.
무슨 희끄무레하고 어정쩡한 짓인지 모르겠다.
지구 반바퀴로 멀어져 있는데 나는 두고 온 딸과 그딸의 딸, 아들을 마음에 걸고 있으니.

순둥이 아기가 어쩐 일로 밤새 잠 못 이루고 울어 에미도 따라 울었다는 소식,
급기야 구토에 위장까지 탈을 내고서는 밥을 제대로 못 넘기겠다면서
며칠 사이 쏙 빠져 버린 딸의 얼굴....맘 아픈 사연들.
내가 힘듦이 차라리 낫다는 게 엄살이 아니다.

다음 날은 밤새 두 아기가 잘 자고, 더구나 작은 아기는 자기가 신생아임을 잊었는지 9시간을 잤다는 등
가슴을 쓸어 내리며 딸이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일희 일비한다.


딸이여!
이렇듯 잠을 설치고 몸을 불사르며 자식을 키울 수 있기에 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한 것이야.
그리고 아기는 자라면서 어여쁜 족쇄가 되어 어미를 올곧게 이끌며 노고에 보답한다고나 할까.
아기는 엄마를 더욱 인간이게 하는 커다란 선물도 안겨 준다는 걸 훗날 알게 된단다.
그러기에 신들메를 단단히 묶고 시선을 멀리 두고 뛰어 보도록.

나는 딸에게 위안과 힘을 실어 보내고 내 일상을 뒤돌아 보려한다.
지난 3개월은 피로할 여유도 안 주더니 이제 고요히 앉아 있는 내집에서 눈까풀이 차라리 무겁다.
묵은 먼지를 걷어 내고 냉장고에 먹거리도 채워 넣었으니 집에 풀을 좀 붙여봐야겠다.

< 2009. 3.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