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을 나는 좋아한다. 불현듯 나서기 맞춤한 거리에다 구불구불 산허리 몇 구비만 휘돌아 들면 산은 우리에게 가볍게 품울 내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숲 사이로 잘게 부서지며 떨어지는 빛을 달빛처럼 조금씩 밟으며 걷다 보면 마음의 짐을 잠시 부려 놓는 나를 보게 되기에 더욱 좋다. 그리고 산 모롱이를 따라 그어진 성벽의 부드러운 곡선을 늘 경이롭게 바라보곤 한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이 아담하고도 부족함이 없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자태라 여겨져 사계절 남한산성을 좋아한다. 그런데 늘 읽고 싶었던 김 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으면서 나는 이곳이 우리 조국의 아픈 역사, 그 한 페이지가 잦아 든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1636년 12월 청태종이 10만 군사를 몰고 쳐내려 왔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