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2년 14

소설 '남한산성', 웃으면서 곡하는 슬픔

남한산성을 나는 좋아한다. 불현듯 나서기 맞춤한 거리에다 구불구불 산허리 몇 구비만 휘돌아 들면 산은 우리에게 가볍게 품울 내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숲 사이로 잘게 부서지며 떨어지는 빛을 달빛처럼 조금씩 밟으며 걷다 보면 마음의 짐을 잠시 부려 놓는 나를 보게 되기에 더욱 좋다. 그리고 산 모롱이를 따라 그어진 성벽의 부드러운 곡선을 늘 경이롭게 바라보곤 한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이 아담하고도 부족함이 없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자태라 여겨져 사계절 남한산성을 좋아한다. 그런데 늘 읽고 싶었던 김 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으면서 나는 이곳이 우리 조국의 아픈 역사, 그 한 페이지가 잦아 든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1636년 12월 청태종이 10만 군사를 몰고 쳐내려 왔으나 ..

노트북/2012년 2012.07.12

헤르만 헤세의 인도 여행

헤세는 1911년 9월 초 신비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안고 인도 여행에 나섰다. 유럽의 향락적 현실에의 도피를 위해, 전생의 고향에 대한 예감에 이끌려, 소박하고 순진무구한 인간을 만나기 위해 그리움을 안고 동방으로 떠난다고 외치면서.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선교 활동을 하시던 곳이며, 어머니가 자란 곳이어서 어느 정도 동양적 분위기에 젖어 살았기에 인도는 그에게 향수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한 인연의 땅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실론과 니코바르 반도, 싱가포르와 팔렘방, 수마트라와 캔디, 콜롬보와 말레이 군도 등을 거쳐가는 것으로 여행을 끝마치게 된다. 인도는 다만 동양의 상징으로 붙여진 테마이다. 그러나 그가 동양에서 본 것은 낯선 움막집, 울창한 원시림, 강물과 동물의 울부짖음, 형형색색의 나비, 개미..

노트북/2012년 2012.02.13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사진이 주는 감동

제주에 가서 김영갑 갤러리 방문을 놓쳐버린 것이 못내 아쉬워 김영갑 포토 에세이 비슷한 책을 집어 보게 되었다. “그 섬에 그가 있었네” 그가 생을 마감하기 한해 전, 2004년에 출간한 책이다. 철저한 고독 속에서, 극단적인 가난에 자신을 몰아 넣어가며 고집스럽게 애착하던 제주의 풍광을 두고, 48세의 짧은 생을 살다 간 예술인. . 책에 실린 사진을 바라보는 나를 포함하여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제주의 아름다운 사계, 아니 지상의 신비를 보게 될 것이다. “외로움과 평화의 이야기” 자신의 사진에 붙이고 싶은 주제라고 생각된다. 나의 짧은 안목으로 보아도 그의 사진은 한 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우며 풀 잎 하나, 바람 한 점, 물결 한 자락에도 숨결이 담겨 있음을 보게 된다 . 생명에 대한 어떤 ..

노트북/2012년 2012.02.03

'스티브 잡스' 의 전기를 읽고 나서

스티브 잡스. 숱한 일화를 남기고 생을 마감하면서 그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지금 시중에는 그의 기이한 캐릭터를 소개하거나 또 그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많은 말과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에게 쏠림 현상은 그가 떠나면서 절정에 달한 것 같고, 전세계가 하나 되어 그의 죽음을 아쉬워 했다. 전기를 읽으며 나는 우선 그들이 살아 가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세상이 좋았고, 특히 책상 앞을 떠나 머리가 시키는 일을 찾아서 실현해 보는 어린 잡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자동차 수리하는 아빠를 보고 놀면서 전자공학의 기초를 알게 되었고, 주말마다 부품을 구하러 다니는 아빠를 보며 제품 생산의 과정을 익혔으며, 아버지의 흥정하는 모습을 보며 비즈니스 감각을 다진게 아닐까 싶다. “다르게 생각하라”며 ..

노트북/2012년 201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