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5년 17

쎄시봉 공연, '순수 시대의 초대장'

나는 가수나 배우들의 광팬이 되어 본 적도 없고, 누구에게 열렬하게 지지를 보내 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쏘프라노 조 수미, 가수 패티 김, 조 영남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아라 한다. 내 취향을 눈치챈 아들이 티켓을 마련해 주어 나는 조 수미의 화려하고 장엄하던 공연도 보았고, 패티 김의 성의 있는 공연도 즐겁게 보았는데 이번에는 '쎄시봉 공연'까지 보게 되었다. 지난 3월 14일 '성남 아트센터'를 시작으로 '2015 쎄시봉 전국투어 콘서트'가 열린다고 했으니 이 투어의 첫 번째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출연 가수는 김 세환, 윤 형주, 조 영남이었고 이 상벽 씨가 재담을 보태며 즐겁게 공연을 이끌었다. 모두들 너무 낯 익고 친근해서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지인을 만난 것 같았고, 더 놀라운 것은 아직..

노트북/2015년 2015.03.27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 작가가 낸 최초의 소설이고 전 세계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심을 가지게 했던 것을 안다. 100세 노인의 닥치고 모험(?)의 무용담이라고나 할까? '2005년 5월 2일 월요일' 알렌 칼슨은 1시간 후에 자신을 위한 100세 생일 파티가 열리게 되어 있는데, 요양원의 창문을 뛰어 넘어 사라진다. "나는 또 다른 모험의 세계를 향해 지금 막 출발하고 있다" 라고 선언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현실 속으로 사라진다. "알렌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반대로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될터, 쓸데없이 미리부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기 ..

노트북/2015년 2015.03.15

'The Reader' - 책 읽어 주는 남자

소설, 'The Reader'를 다 읽고 난 느낌은 쓸쓸함이다. 우선 15세 소년에게 일찌기 찾아든 사랑의 감정은 화상자국이 되어 전 생애를 따라 다니고 있는 것에 독자인 나는 분노하고 한 없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렇지만 일인칭의 화자, 미카엘은 영혼의 일정 부분을 복구할 수 없는 황무지로 남겨 놓은 채, 지극한 휴머니스트로서, 책 읽어 주는 남자가 되는 것을 선택하면서, 운명과 나란히 쓸쓸한 길을 가게 된다. "내 나이 열다섯이던 해에 나는 간염에 걸렸다.....바로 그때 그 여자가 나를 보살펴 주었다...." 15세 소년, 미하엘이 36세의 여인을 만나면서 소설은 시작이 되고, 그 여인은 소년을 성에 눈 뜨게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뜻밖에도 소년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책 읽어주기, 샤..

노트북/2015년 2015.03.10

'나는 지금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어 있다.'

우리는 일상의 위대함을 간과하고 산다. 세태에 발 맞추어 앞질러 생각하고, 또 누군가와 더부러 바삐 바삐 움직이는 것이 삶에서 진행 방향에 서 있다는 생각에 젖어 산다. 잠깐의 무료함을 못 견뎌하는 것도 체질화해 버렸으며, 바쁜 걸 자랑하는 지경이 되었다. 광속도 중독의 시대라고 해야만 할지!! 어쨌거나 부지런하고 성급한 사람이 앞장 서서 달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느림의 미학'이니, '슬로우 라이프'니 하는 말들이 유행처럼 흘러가고 흘러 오곤 한다.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 하는 스위스 작가 페터 벡셀의 산문집을 읽었다. 나에게는 철이 한참 늦었고, 분수에 걸맞지 않은 주제이지만 작가의 견해가 조금 궁금해서 펴 보게 되었다. 우선 가지런한 목차에 실린 말들에서 내용을 미루..

노트북/2015년 2015.02.22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내 안의 영원한 젊음에게

우리가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우리의 삶은 자의든 타의든 무수한 선택의 순간들을 맞으며 나아 간다. 선택은 삶의 갈림길이 되기도 하고, 운명이 되기도 한다. 그때 선택 받지 못한 다른 길은 완전히 우리를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저 깊은 늪에 빠져 들면서 우리 '이면의 삶'이 된다. 우리의 선택에서 벗어나 버린 어떤 소망과 욕구는 내면의 어둠에 갇혀 잊혀져 가는 듯하나 때때로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며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에게 벌을 주는 등 고통의 근원이 되어진다.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다. "나는 왜 애초에 살려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이며 밤을 지새기도 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우울한 일을 벌이기도 한..

노트북/2015년 2015.02.07

국제 시장과 아버지

요즘 영화 '국제 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바야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에서 아버지를 추억하고 새삼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지난했던 생애를 반추해 보며 뒤늦은 감사의 념에 젖는 일들이 부쩍 많이 보인다. 영화 '국제 시장'의 감독은 이 영화를 "돌아 가신 "아버지께 바치는 헌사(獻辭)"라고 썼는데, 극장을 나서는 대다수의 사람들 저마다의 가슴에 아버지를 추억하고 기리는 마음이 벅차 올랐지 싶다. 일상은 건조해지고, 세상에는 원망과 네 탓이 넘쳐나고, 이기심에 골몰하는 이 시대에 영화 한 편이 아버지의 헌신을 생각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영화는 좋은 일을 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 전쟁과 피난의 시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가지 아버지의 반생을 그려, 혼돈의 시대, 격동의 험난한 파도를 ..

노트북/2015년 2015.01.18

나의 연중 행사.

매일은 똑같은 날이 아니라는 걸 새해 아침에 더욱 알게 된다. 어제는 묵은 달력 속에 담겨 과거로 편입되고 오늘은 신분이 조금 엄격한 또 다른 날의 느낌이다. 새 달력 단정한 칸 속에 든 하루 하루들을 비라보며 그 모양새처럼 반듯하고 일목요연한 나날을 보내야 하리라는 나와의 약속은 잊지는 않는다. 그리고 나는 달력 여럿에다 공손하게 연중 행사, 그것도 제삿날을 제일 먼저 기입한다. 기입해 둬야하리만치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4대에 8위의 기제사, 설 추석 명절, 그리고 묘사까지 달력마다 써 두는 일도 어지간하다. 얼마전 아들이 어머니 아버지 결혼 기념일을 축하한다며, 그것도 43주년이라고 딱 지적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제사가 연중 행사의 최우선 순위에 있는 세월 40년을 살아왔다는 걸 실감했다. 나..

노트북/2015년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