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09년 16

'규영'이의 친구관

"...................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 모둠에서 나가면 좋겠다는 친구를 집어 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게 친구를 버리는 것이라 생각되어서 친구를 집지 않았다............. 난 친구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친구는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 가방도 들어 주고 잘 위로해 주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난 친구들이 괴롭히고 놀리고 피해를 줘도 다른 친구를 절대로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고 놀리지 않겠다. 왜냐하면 친구를 사랑해야 착한 어린이가 되기 때문이다. 피해를 주고 괴롭히고 놀리면 그 소중한 친구도 없을 테니깐 말이다. 친구가 아프면 친구가 없더라도 또는 안 보여도 친구를 위로해 주고 마음의 편지를 보내야 친구가 좋아하고 건강해질 거..

노트북/2009년 2012.12.03

나의 빈 손

친구가 시집(詩集)을 냈다. 시작(時作)을 하고 몇 년 전 등단(登壇)을 했으며, 또 여전히 공부하러 다니는 그녀의 열의를 내심 부러워했었다. 시를 쓴다는 단순한 사실보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큼 첫 발을 내딛은 용기와 자기에의 긍정이 부러운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에게 있어 시란, 몹시 흠모하나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경외감의 대상이어서, 다만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 그런데 그녀는 시의 바다를 향해 닻을 올리나 싶더니, 어느 듯 수준급 항해사가 되어 이렇듯 잔잔하게 항해를 하고 있었나보다. 자디잔 일상도 촘촘히 걸러 내어 순도 높은 언어로 정성껏 다듬고, 또한 고뇌의 순간들도 정녕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음을 본다. 삶의 내공이 축적 되어 시가 된 것이라는 해설자의 말에..

노트북/2009년 2012.12.03

묵은 일상 속으로.....

겨울을 딸네 동네에 두고 나는 봄에 묻어 집으로 가노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힘든 비행기에 실려 온지 일주일이 되어 가건만... 봄에 곁눈 한번 주지 못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자고나면 여기가 어딘가 싶고, 또 아기 울음 소리가 이명처럼 귓전에 와 있다. 무슨 희끄무레하고 어정쩡한 짓인지 모르겠다. 지구 반바퀴로 멀어져 있는데 나는 두고 온 딸과 그딸의 딸, 아들을 마음에 걸고 있으니. 순둥이 아기가 어쩐 일로 밤새 잠 못 이루고 울어 에미도 따라 울었다는 소식, 급기야 구토에 위장까지 탈을 내고서는 밥을 제대로 못 넘기겠다면서 며칠 사이 쏙 빠져 버린 딸의 얼굴....맘 아픈 사연들. 내가 힘듦이 차라리 낫다는 게 엄살이 아니다. 다음 날은 밤새 두 아기가 잘 자고, 더구나 작은 아기는 자기가 신생아임을 잊..

노트북/2009년 2012.12.03

양보심 정립의 시기

집 뒤에 비탈져 둘러 선 한 폭의 겨울 숲, 거기 나뭇가지 사이를 노을은 붉은 배경이 되어주며 하루가 저물어 감을 알린다. 세월의 가고 옴이 나와 무관한 일이기라도 하듯. 아이들 바라 보는 일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본다. 나날이 자라고 예뻐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아기 얼굴, 점점 개구쟁이 얼굴이 더해지는 영훈이 얼굴에서. 딸 아이의 첫째 영훈이는 동생을 보면서 자기 세계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이런 저런 마음 쓸 일이 많아졌다. 일사불란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 가던 세상이 홀연히 나타난 경쟁자, 동생으로 하여 조금다르게 돌아가니까 말이다. 자기로서는 엄청난 충격일테고 또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귀엽게도 둥근 얼굴이 굳어지는 일이 부쩍..

노트북/2009년 2012.12.03

무거운 나의 이름 '할머니'

꼭 2년만에 딸이 둘째를 출산했다. 출산일이 가까웠는데도 아기 체중이 적은 편이라는 말에 은근히 마음 고생을 했는데 조그맣고 어여쁜 딸아이를 낳았다. 출산을 지켜 보는 것은 내가 아이를 낳느니보다 더 힘든다는걸 나는 경험으로 안다. 더구나 모든 시스템이 우리에게 생소한 이곳 미국에서의 출산이란 어려움이 몇배로 크다. 나는 또 졸지에 분만실에 들게 되었고 심장 떨리는 소리를 들어 가며 함께 아기를 맞이했다. 사진 몇장 찍어 준 것뿐 한 일도 없으면서 한 없이 힘이 드는 건 뭔지 모르겠다. 아기의 첫 울음. 힘겨운듯 아르릉거리며 내뱉는 울음 소리에 나는 눈물지었다. 만남에 대한 벅찬 반가움은 물론 엄마의 고통을가르며 나오느라 저 또한 힘들었을 아기에 대한 애틋함이 더 했다. 엄마의 힘을 줄여주기라고 하듯 몸..

노트북/2009년 2012.12.03

내 공책. 다음 페이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옛집에 들어 왔다. 문패도 바꾸고 허술한 곳을 손 보니 옛 정이 새롭다, 내 마음의 작은 공책이 되어 줄 이공간을 노트북으로 이름 지었으니... 다만 새 노트에 얹어진 예전의 글은 쓴 날짜가 2009년 2월 8일로 일괄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잠시 착각하게 하나 이나마 감지덕지할 뿐. 헌 살림을 뒤져 노트를 다시 마련해 준 딸에게 또 감사하고. 애 타는 나를 위해 새집을 마련해 준 아들은 우리의 영원한 컴닥터!!!

노트북/2009년 201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