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밤비에 씻긴 눈에 새벽별로 뜨지 말고 천둥 번개 울고 간 기슭에 산나리 꽃대궁으로 피지도 말고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가 좋아요.
이 모양 초라한 대로 우리 이 세상에서 자주 만나요 앓는 것도 자랑거리 삼아 나이만큼씩 늙어가자요
시 한편은 이처럼 우리의 피곤한 발을 씻겨 준다.살면서 지금 이대로의 형편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우리는 꽃이, 별이 되고 싶어 한다.그러나 엄연히 낙화의 시절이 있고, 별똥별이 지는 곳도 있다.눈가에 늘어 나는 주름과, 긴 끈같은 당신의 수다와. 수척한 얼굴도 나는 좋다.거울을 마주하듯 마음의 병실마저도 나에게 보여 다오. 밤은 언덕같은 것.언덕을 넘어 이 새 아침에 우리 다시 만나자.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