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은 눈이 부시게 푸르름이 번져 가고 찬란한 봄을 열더니, 그 화려함은 강욜한 여름을 향해 내달린다. 봄이 눈 틔우며 기지개하는 그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엄숙함을 본다. 생명을 움직이는 역동적 힘으로 하여 나는 차츰 봄이 좋아진다. 이렇게 생명력으로 충만한 계절에 딸아이가 아기를 가져 우리 가족은 이봄을 오롯한 흥분 속에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공연히 일손을 놓는 일이 있어지며 마음이 상당히 편치 않아졌다. 가뜩이나 심적으로 불안한데 입덧을 하게되니 못 먹을테고 말할 수 없이 서러워지기까지 할텐데... 진정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엄마 노릇을 못하는 여건이 못내 야속하기도 하다. 남편이 걱정하고 끔찍히 돌보고 있어 걱정도 사치겠지만 나는 푸석한 딸의 얼굴만 보면 마음 한 귀퉁이가 저려 온다.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