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은 나비의 출생처럼 어제나 싱그러운 가벼움으로 시작한다. 내가 두르고 있던 일상을 허물처럼 벗어 둔 채 한 마리 가벼운 나비가 되어 날아본다는 기분이 일단 들기 때문이다. 나비의 삶이 유한하듯이 내게 허용된 자유가 길지 않기에, 나는 나비로서의 내 여정을 남 달리 더 소중히 여기며 매순간에 충실하려 애를 쓰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은 보면서 또 찍으면서, 들리는 것은 들으면서 또 메모하면서...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에 대한 사전 공부가 미흡한 나를 내심 질책해 가면서... 나를 힘 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임을 또 한번 알게 해 준다. 그렇게 힘 든 내가 나는 좋다. 그렇게 치열한 순간이 나는 좋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여행의 현기증이 다소 엷어지면서 정작 힘든 일은 시작 된다. 여행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