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은 짧았으나 참으로 설레게 화려 했다. 발치에 찬 기운이 슬며시 깔리던 지난 11월 나는 또 하나 친구를 잃었다. 일체의 장례 의식을 생략할 것이며,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 모두에게 자기의 죽음을 알리라는 당부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기다렸던 친구. 이승의 누구에게, 어떠한 빚도, 마음의 빚까지도 남기지 않고 싶어 했던 마음을 헤아려 보려 애쓴다. 저 세상으로 보냈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 그냥 허무하게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여쁜 모습, 고운 심성으로 성실한 삶을 살았던 친구에게 병마가 들이닥친 일이 일단 억울하고, 투병 중에도 모든 치료를 잘 견뎌냈고, 환자로서의 수칙을 그렇게 잘 지켰으며, 무엇 하나 건강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은 친구에게 실로 어이 없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