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세 번째 날 어제 귀에 담은 댓숲의 바람 소리, 눈에 담고 또 담은 아름다운 정원, 발에 남은 긴 툇마루의 감각.... 오래 기억하려는 노력은 카메라에 의존한다지만 그래도 공부하듯이 열심히 보면서 걸었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를 것 같은데 맛있게 먹고 다니니, 피로가 멋쩍어 달아나는 지경이다. 발바닥 아픈 것도 남의 발 바라 보듯 발 파스 한 장 붙이고 또 나선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명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 엄격한 자기 관리, 저변에 흐르는 문화적 우월감, 그런 공기를 살짝 느껴 본다. 아름다움 하나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벌이 꽃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나, 인간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발품을 아끼지 않는 것이나 추구하는 기본은 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