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우리의 삶은 자의든 타의든 무수한 선택의 순간들을 맞으며 나아 간다. 선택은 삶의 갈림길이 되기도 하고, 운명이 되기도 한다. 그때 선택 받지 못한 다른 길은 완전히 우리를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저 깊은 늪에 빠져 들면서 우리 '이면의 삶'이 된다.
우리의 선택에서 벗어나 버린 어떤 소망과 욕구는 내면의 어둠에 갇혀 잊혀져 가는 듯하나 때때로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며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에게 벌을 주는 등 고통의 근원이 되어진다.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다.
"나는 왜 애초에 살려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이며 밤을 지새기도 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우울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면에 갇힌 그림자의 반란인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잠재력과 재능을 쓰지도 이루지도 키워 보지도 못한 채 살아 간다. 설령 인생의 큰 목표를 이루었고, 그래서 아쉬움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열리지 않는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것, 움츠러들게 된 경험들을 잠시 떠 올려 보자."
'내 그림자에게 말걸기'라는 퍽 감성적인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부드러운 주제일 것같은 데 실은 어느 정도 학문적인 내용이 신화적 사실과 어우러져 생각을 좀 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잘 안내하고 있다.
적극적인 상상을 통하여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 보라고 한다.
나의 인생담에 어떤 제목을 붙일 것인가? 내 삶에서 운명의 갈림길 또는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내가 놓쳐버린 기회들, 가지 않은 길은 무엇인가. 또 써보지 않은 재능과 능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등등을 질문하면서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 보라는 것이다. 돌보지 않았거나 무시하며 함부로 버렸던 재능은 없었는가 성찰해 보면서 우리 안에서 성장을 멈추고 있었던 잠재력, 다채로운 에너지를 다시 발견해 본다는 생각. 많은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그림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만이, 구원 받지 못한 어둠에 제 자리를 찾아 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 그림자 작업을 게을리 하면 더 고귀한 소명을 깨닫지 못한채 지루하고 외로운 쳇바퀴 인생에 갇혀버릴 것이다"
누구나의 통념을 쫒지도 말고, 습관에서 오는 타성을 벗어나, 폐기해 버려 잊혀져 간 나의 삶과 꿈이 내고 있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점검해 보고, 열망을 가졌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굽어 보면서 현재의 삶을 재조명해 본다면 누구나 많은 상념이 교차할 것이다. 근육도 최적의 상태에 들어가려면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상상력과 기억에 더 많은 경화가 오기 전에 그림자 작업을 누구나 시도해 봐야 할 것같다.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도, 엄연히 내가 주인이건만 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무의식의 관점에서 모든 결정을 하고 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사고가 낡은 무의식의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자아라고 여기는 것도 따지고 보면 습관의 축적이고, 이 습관도 과거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이용하여, 앞날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지만, 무의식은 어느새 앞길을 막아서는 것이다. 어둠에 방치된 그림자를 끌어내 화해 해야 하고, 우리가 노력해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삶과의 힘을 조화시겨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의 즐거움이나 인생에서 활기가 눅어져 무력해 질 때에 청년의 즐거운 정신을 불러 세워 보라고 권한다.
"아직 자신 안에 머물고 있는 영원한 청년에게 편지를 쓰라.
그런 다음 베개 밑이나 컴퓨터 옆에 편지를 놓아 두라,
그러면 내면의 존재가 꿈이나 창조적인 외침에 반응하게 될 것이다.
자기를 억누르거나,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드러내는 지향에 대해 무의식은 똑같은 태도로 보답할 것이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지고 적극적 상상을 시작하라.
그 이미지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열정을 따라가라.
그 열정이 당신이 빠져 있는 곤경으로부터 당신을 꺼내 줄 것이다."
'두번째 삶을 위한 내면의 로드맵' 이라고 역설한 것이 역자의 견해인 것같다.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만큼 순수한 마음은 없듯이, 그림자와의 대화에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꿈을 건지게 되고, 일상에 불러 들여 본다면 내면의 삶에 당연한 위안을 줄 것이며, 그 새로움에서 역동적인 힘은 자기를 소중하게 만들지 않을까 혼자 생각에 젖어 본다.목적 없는 상상은 망상에 빠지는 것이며 참 산만하고도 무망한 일이 되고만다. 우리가 주시하고, 지향할 선량한 가치들의 목록을 꾸며 본다는 것, 그리고 가까이 두고 익히 본다는 것은 참으로 실천적이며 참신한 팁이라 말하고싶다.
이면의 삶에 대한 성찰, 그림자에게 말걸기 등 우리를 빛내주려는 많은 가르침과 지침들에서 나는 자아를 확장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 방치한 "내 이면의 삶" 을 어찌할 것인가? 자문해 본다.
인생이 서산 마루에 걸려 있는 나를 어찌하면 좋은가? 고.
내게는 융통성이라는 에너지가 없으니 먼저 그림자와 화해하고 깊은 어둠의 고독을 좀 덜어 주며 다독이며 살아야 할 것같다. 불평과 분노를 멈추고, 좀 더 배우고, 좀 더 깨어 나도록 힘 쓴다면 내 그림자가 다정한 배경이 되어 주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위로해 본다.
읽을꺼리를 얼마간 쌓아 두고, 잠을 조금씩 덜 재우는 것이 내가 내게 주는 벌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방치한 내 그림자의 복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더욱 달게 받아야할 것같다.
"깨닫기 전에 나무를 자르고 물을 나르라.
깨달은 후에도 나무를 자르고 물을 나르라" 는 부처님 말씀을 새겨 듣는다.
항상심은 내가 버리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지침이요 철학인지라 아전인수로 해석해서 마음에 담으려 한다.
그래서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를 벌 주고 힘들게 하는 일상은 유지될 것이다.
달빛을 이고, 소리 없이 나를 따르는 그림자를 바라봐 가면서 걸어 보던 시절이 있었다. 맑아서 더욱 창백한 달빛으로 샤워를 하던, 참으로 영혼이 순수했던 시절이 울컥 떠오른다. '그림자'라는 말에서......내 젊음의 냄새를 느낀다.
빛이 넘쳐 나는, 조금 뻔뻔한 세상에서 실로 내 그림자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림자의 존재를 더듬어 보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자 RObert A Jhonson 은 미국의 정신 분석가이자 심리학자이며 융 학파의 연구자라고 한다. 무의식의 멧시지를 따르는 것이 경이와 신비와 아름다움으로 가득차게 하는 것이라 주장을 받아 들이며 이렇게 학문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분들이 있어 앉아서 별 걸 다 배운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 배울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