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5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수행화 2015. 3. 15. 14:54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
작가가 낸 최초의 소설이고 전 세계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심을 가지게 했던 것을 안다.
100세 노인의 닥치고 모험(?)의 무용담이라고나 할까?

 

'2005년 5월 2일 월요일'

알렌 칼슨은 1시간 후에 자신을 위한 100세 생일 파티가 열리게 되어 있는데, 요양원의 창문을 뛰어 넘어 사라진다.
"나는 또 다른 모험의 세계를 향해 지금 막 출발하고 있다" 라고 선언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현실 속으로 사라진다.


"알렌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반대로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될터, 쓸데없이 미리부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알란 칼손은 인생에서 많은 걸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누워 잘 수 있는 침대와 세끼 밥과 할 일, 그리고 이따금 목을 축일 수 있는 술 한잔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것들만 갖추진다면 그 무엇이라도 견뎌 낼 수 있었다."

 

"이 지구 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분쟁은 대개 <네가 멍청해! - 아냐, 멍청한 건 너야! - 아냐, 멍청한 건 너라고!> 라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둘이서 보드카 한 병을 함께 비우고 나서 앞일을 생각하는 거란다.

 

도망 친 노인은 돈가방을 탈취하고, 본의든 아니든 사람이 죽어 나가고, 위험에 처할 시 적절한 거짓말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 간다.
무릎이 아파 발을 질질 끌며 걷는 노인이 만들어 가는 상상 초월이며 신출귀몰한 재치는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너무도 황당무계한 비현실성 때문일 터이다.
초법적인 언잖은 일들이 연속되는 것은 어쩌면 불법을 마다 않고, 부도덕이 횡행하는 인간사에 대한 풍자일 것이라 여기며 넘어 간다. 

 "1905~1929년.
'알란 엠마누엘 칼슨은 1905년 3월 2일 태어 났다......."


지난 100년의 세계적인 이슈는 가로로, 그 세월을 몸으로 살아 낸 100세 노인의 삶은 세로로,
일정하게 씨실 날실로 엮어지면서, 마침내 '100년 직물'을 완성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노인의 일생, 100년에 걸친 삶은 예정이 없다는 것과, 일단 마주친 현실에 절대 절망이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저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가 만족의 전부인 것이다.
그러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세계사적 사건에 연루되면서 세계적 인물과 교유하고, 세상이 좁다하고, 백년 세월이 짧다하고 인생을 살아 왔다. 
빠르고 다채로운 노인의 인생에 독자는 뒤쫓아 가기도 무척 바쁘다.  
어처구니 없고,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책을 몇번 놓지 않고 죽 읽어 나가게 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가난하여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였어도 수긍하고,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끌어 내는 노인의 인생....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는 노인의 저력은 낙천적인 천성, 인생에 대한 낙관에서 온다고 볼 것이다.
아니, 낙관도 비관도 없는 무심으로 이루어진 인격체라고 해야 할 것같다.
그렇다고 현자나 성자다운 면모는 전혀 아닌 것이, 그저 현실과 더부러 유머러스하게 파도타기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100세라는 세월은 결코 녹녹치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지난 100년 간 세계에는 격랑의 파고가 있었으며, 그 사건, 사고의 중심에는 세계를 움직인 인물들이 있었다는 점,
도리켜 보면 많은 것을 변하게 한 변화무쌍한 그 시대를 노인의 삶과 함께 조명해 보게 되는 재미가 있다.


명멸하던 사람과 일들은 역사라는 흐름에 또렷한 한 획들을 남기고 있다.
그 흐름에 알렌이라는 사람은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가 돌연 지구 밖으로 튕겨져 나오듯 잊혀졌다가, 다시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래서 변화의 역사와 함께 100세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너울 너을 시간의 파도를 타다가, 그것도 모자라 다시 100세 되는 날 다시 모험의 길을 나선다는 이야기이다.
풍자 가득, 웃음 가득, 재치 가득,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의 노인은 보편적인 현대인의 사상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같다.
생각이 너무 복잡하고, 현재에 안주하기를 원하고, 두려움이 많으며, 모험심이 결여된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멧세지는 분명 있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얼마나 복잡한 인생을 살았으면 복습까지 하게 하는 소설이라니!
어안이 벙벙한 독자의 심중을 작가는 십분 이해하고 또 예견했나보다.
"복습을 하면서 어지러운 머리를 쉬어 보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 보라!" 그런 의미일 것이다.

 


 

<복습해 보는 알란의 100년 연보>

 

1905~1929 .  0~24세.
스웨덴 플렌 시에서 알란 엠마누엘 칼손 출생, 열살 나이에 폭약회사에 취직, 열다섯 살에 자신의 회사 창립. 폭약 실험하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됨

1914~1918 제 1차 세계대전
1917 러시아 혁명으로 레닌의 볼셰비키가 세계최초로 공산 정권 수립
1918 로마노프 왕조 최후의 차르 니콜라이 2세 처형

 

1929~ 1939.   24세~ 34세
고향을 떠나 헬레포르네스 주물공장에서 일하기 시작. 그곳에서 스페인 사회주의자 에스테반을 만나 스페인으로 떠남, 스페인 내전의 와중에 폭약이 설치된 다리를 거너려던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함.

1936~1939 스페인 내전. 프랑코 장군이 내각에 맞서 반한을 일으킴
1939 1월 프랑코 바르셀로나 점령. 3월 마드리드 입성

 

1939~ 1945.   34~40세.
미국으로 건너 가 핵폭탄 개발이 한창이던 로스엘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웨이터로 일함. 부통령 해리 투루먼과 친구가 됨

1943~ 1945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핵폭탄 연구 진행
1945 7월, 세계 최초로 핵 실험 성공. 4월 12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망. 해리 트루먼 대통영직 승계

 

1945~1947.  40~42세
쑹메이링의 국민당을 돕기 위해 중국으로 떠남, 이빈 시에서 마우쩌뚱의 아내, 장칭을 구함.

1946~ 1949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과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의 내전. 공산당 승리 후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947~1948.   42~43세.
이란 테헤란의 비밀경찰 감옥에 갇혀 퍼거슨 신부를 만남.

1945 윈스턴 처칠의 보수당 영국 총선 패배


 

1948~ 1953.    43~48세
러시아 과학자 포포프를 따라 모스커바로 가서 스탈린을 만남. 반동으로 몰려 블라디보스크로 노역을 가게 됨.

1949 8월 소련 핵실험 성공

 

1953.   48세
블라디보스토크 수용소 탈출. 김 일성, 김정일 만남. 마오쩌둥의 도움으로 위험을 벗어남.

1950~1953 한국 전쟁

 

1953~1968.   48~63세
발리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냄. 친구 아인슈타인의 부인 아만다는 정치인이 됨.

1963 3월 발리 아궁 화산 폭발로 2천여명 사망
1968 3월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선출

 

1968.    63세

파리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통역으로 일함. 존슨 대통령을 만나 미국 스파이로 일함

1968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이 주도한 사회 변혁 운동인 68 혁명 발발

 

1968~1982.   63~77세

러시아  과학자 포포프를 미국 첩자로 포섭. 모스크바에서 스파이 활동.

1945~ 1990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냉전체제 고착. 1990년 독일 통일. 1992년 소비에트 연맹 해체로 종식

 

1982~ 2005.   77~100세.

고향으로 돌아옴. 2005년 5월 2일 백회 생일 파티를 앞두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