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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 삼순'을 읽은 느낌

요즈음 장안의 화제가 연속극 "내 이름은 김 삼순"인 것같다. 연속극을 못 봤는데 책이 있어 읽어 보면서 현재를 새삼 실감한다. 연속극의 소재로 적합한 신데렐라성 스토리이고, 주인공의 직업이 '파티쉐'와 고급레스또랑의 젊은 오너인 것이 일단 여자들 구미에 맞게 설정 되었으며, 특히 여자 주인공의 프로필이 모든이의 공감을 자아낸듯 싶다. 외모 지상주의인 요즈음에 여자 주인공은 살이 오동통하게 쪘는데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 있게 살아 간다는 것이 크게 어필한 이유인 것이다. 거기다 사이 사이 맛있는 케잌 소개가 추임새 역할을 하며 재미를 뿌린다. 언어가 젊어 다소 경망해 보이나 생동감 있고, 손익계산 없이 순수하게 접근하는 사랑의 방식이 우리가 추구하고픈 점일 것이다. 진한 감동이나 깊은 슬픔이 주는 무거..

노트북/2005년 2008.08.25

신간 '달의 제단'을 읽고

신문의 신간 안내에서 조금 특이한 느낌이 있어 사 본 책인데 나는 읽으면서 몇가지 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가 아주 젊은 여성이라는 것과 아울러 고문과 현대문을 아우르는 엄청난 어휘력에 놀랐고 또한 경상도 지방의 제사 문화의 접근과 사투리의 묘사는 너무 사실적이라 현란한 감마저 들었다. 국불천위의 제사를 모시는 광영스런 가문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한 종가 효계당이 이야기의 무대로 그려진다. 이야기의 화자는 이종가의 1/2 적자이며 할아버지의 남은 유일한 혈육,손자이다. 종가의 의례와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할아버지의 극단적인 집착의 삶과 부자연한 출생과 성장에서부터 할아버지와는 불협음을 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손자와는 결국 비극적 사건을 만들고 종가의 문을 닫게 되고 만다. 손자에 의해 해..

노트북/2005년 2008.08.25

200%의 노력

200%의 노력 5월 11일자 중앙 일보에서 읽은 200%의 노력이란 칼럼이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피아니스트 김용배 씨의 글이다. 연주자가 새로운 곡을 받아 이해하고 연습하여 음악적으로 완성하는 시기는 차라리 행복하단다. 오늘보다 내일은 나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연습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그곡을 어느 정도 완성 했을 때부터는 고통의 연속이란다. 현재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나태하지 않고 지리한 연습을 해 나가야 하는게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주회 날이 가까워 오면 온갖 악몽에 시달리고 신체적 고통이 동반되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하니... 예술가의 고뇌를 새삼 알게 하는 글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100%의 노력을 쏟았는데 50%밖에 보여 주지 못하였다" "그러면 200% 준비하라"..

노트북/2005년 2008.08.25

제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는 말을 떠 올려 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잘 정돈 된 실내는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제 위치에서 제 구실을 할 때 안정된 아름다움이 있다. 소는 푸른 들녘에서 볼 때 어진 아름다움이 더하고, 이름 모를 들꽃은 들녘에 흐드러질 때 그소박함이 너무 아름답고, 학생은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열중 하는 모습은 정말 아릅답다. 자기 자리에 걸맞게 열심히 사는 모습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제자리를 벗어 나면 불편함이 따르고, 궤도를 벗어난 어떤 것도 고와 보이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미끄럼도 타고, 바이킹 그네 타기라며 엄마랑 마주 보며 그네도 타고, 놀이 기구에 몸을 실어 빙그르르 돌아 보기도 하면서 아빠 안 계신 어린이 날을 소박하고 작게 보낸 아들네 가..

노트북/2005년 2008.08.25

답글함께 묻어 온 사랑

내 글을 읽은 동생이 보낸 메일을 확인 한 봄 밤. 문자의 가공할 힘을 새삼 느낀 날이다. 짧게 반짝이는 답글 사이에서 묻어 나온 내 동생의 깊은 속 마음에 나는 준비한듯 눈물이 솟았다. 눈물이 많은 것도 우리는 닮았고...,못 말리는 눈물이다. 동생이 작은 체구에 첫 딸을 낳았을 때 한 없이 애처러웠고, 남편이 외국 출장 중에 아들을 낳아 그렇게 눈물이 났으며 그러나 가장 잊지 못할 일은 남편 쫒아 아르헨티나에 가느라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날 때의 영화 장면같던 그 날의 일이다. 가족이 모여 오손도손 살텐데 왠 눈물이 그렇게 쏟아졌는지... 그날 이후 며칠을 나는 앓았었지. 몸도 마음도. 우리는 코드(?)가 같은지 웃고 울기도 같이 잘 한다. 친구에게 웃음 지우며 메일 보내고 있는 모습을 그리며 나..

노트북/2005년 2008.08.25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더욱 소중한 사람이 되어보리

내 동생은 귀여운 중년의 여자다. 모습도 뽀얗고 예쁘지만 마음 씀씀이가 동글 동글 귀여운 여자다. 우리는 자매이며, 벗이며, 때로는 많은 연민심을 가진 동지이기도 하다. 그런 동생이 입원했다는 전화에 등골이 서늘해짐은 당연한 얘기인 것이다. 그리고 평소 건강이 나쁘다곤 했는데 무관심했다는 자책에 내 가슴은 조여 들었다. 통증으로 숨 쉬기도 원활하지 않은 동생에게 나는 뭐 해 줄 일이 없었다. 더구나 젊은 시절 많은 날을 앓아 본 나로서는 그것을 보는 일조차 쉬운게 아니었다. 통증을 잊어 보려나해서 얘기도 해 보고, 일으키고 뉘어도 보지만 통증은 시시각각 그녀를 괴롭혔다. 현대의 발달한 의학도 병명을 판독 하는데 많은 시간을 요했고 고스란히 통증은 환자의 몫이 되는 가혹한 일이 벌어졌다. 아~ 심장이 터질..

노트북/2005년 2008.08.25

늙어가는 이유

겨울 끝자락은 눈까지 뿌려 보며 꼬리를 늘여 보지만 봄은 따스한 기운으로 삽시간에 눈들을 녹이며 자신감 있는 도전을 해 보는 등 서로 밀고 당기고 해 보는 계절이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면 속앓이에 들어 가는 나는 이봄에는 맥아더 장군의 글을 새겨 보며 구두끈을 조금 조여 볼까 한다. "단순히 오래 산다고 해서 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늙어가는 이유는 목적과 이상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할 뿐이나 무관심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영혼을 흙으로 되돌리는 것은 긴 세월이 아니라 근심, 의심, 자신감 결여, 두려움, 절망 같은 것들이다. 믿는만큼 젊고, 의심하는 만큼 늙으며, 희망하는 만큼 젊고, 절망하는 만큼 늙는다. 늙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태도에 달렸다." 뭇 생명이 잠을..

노트북/2005년 2008.08.25

인간의 이유기

인간은 일생을 통해 두번의 이유기를 갖는다고 한다. 모유를 먹으면서 자라 치아가 나기 시작하면 첫번째의 이유기에 들어 간다. 갖은 이유식을 거쳐 비로소 어른에 가까운 식사를 하게 된다. 그때 아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심적인 고통을 겪을 것이다. 지금껏 밀착해 있던 엄마와의 공간적 거리감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싶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 가면서 정신적 이유기를 겪는다고 한다. 독립된 인간으로 홀로 서기 위한 고통을 겪어 간다는 말이다. 경중(輕重)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이 과정을 지나 비로소 인간으로 바로 선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식은 어느 기간부터 의타심을 버려야 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개체로서 아이를 존중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봄이 좋을듯하다. 그러나 자녀 수가 줄어듦에 따라 서로가 서로에..

노트북/2005년 2008.08.25

아이의 말은 시가 되어

규영이는 고모와 노는 것을 많이 좋아 한다. 올망졸망 유난한 잡동사니가 많아서 더 즐거운 모양이다. 고모에게는 밴드에 꽃이 찍힌 시계가 있다.(위의 사진) 시계가 잘 가지 않는다고 고모에게 종달종달 묻는다. 고모 : "세영이가 물어 뜯어서 그래." 규영 : "세영이가 왜 꽃을 먹었지?" "꿀을 빨아 먹었나?" "세영이는 벌인가?" 시계줄 속의 꽃은 어느새 생명을 가져 꿀을 머금은 꽃송이가 되어버린다. 아이의 말은 시가 된다. 시인은 아이의 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시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같다. 아이의 말은 사뿐하고 맑은 금속성으로 통통 튀어 와 내 귓전에 내내 매달려있다.. 언어가 가지는 뉘앙스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규영은 아이가 가지는 직관력으로 연방 빛나는 언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성장하는 과정은..

노트북/2005년 2008.08.25

'다빈치코드'를 읽고

13-3-2-21-1-1-8--5 오, 드라코같은 악마여!(O, Draconian devil !) 오, 불구의 성인이여 (Oh, lame saint !) 1-1-2-3-5-8-13-21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h) 모나리자 (The Mona Lisa ) 위의 암호문을 아래의 문장으로 해석한다는 게 상상이나 되는 일인가? 작가의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과 굉장한 상상력이 시종 나를 압도하고, 세밀한 묘사는 마치 스릴러 영화와 마주한 느낌이다. 한 숫자가 그앞의 숫자 두개를 더한 합과 같다는 피보나치 수열이나, 연속된 두 숫자를 서로 나누어 보면 그 몫이 거의 1.618 이라는 황금분할의 이론이 등장하고, 루부르 박물관,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귀에 익은 많은 건물과 거리의 묘사는 불현듯..

노트북/2005년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