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 사람의 지기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 간 뽕나무를 심고 1년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씩 물들인다면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따듯한 봄볕에 쬐어 말린뒤, 여린 아내를 시켜 백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내 친구의 얼굴을 수 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아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놓고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엇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 요즈음에 읽은 정 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 에 실린 글이다. 정조 시절 이 덕무(1741~1793)의 글. 지독한 가난으로 어머니와 누이가 영양실조로 얻은 폐병으로 죽고, 처참한 가난과 역경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