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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이사?

모든 미국인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삿짐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기들 스스로 한다고 한다. 우리네처럼 편리한 포장 이사를 않고 짐을 꾸리고 컨테이너처럼 생긴 차를 빌려 스스로 운전해서 짐을 옮기는 방식을 주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집들이 수납 공간이 좋아 장농같은 덩치 큰 짐을 끌고 다니지는 않지만... 주거 문화의 차이도 있지만 우리는 너무 안이하고 편한 가운데 살았나 싶기도 하다. 주택 구조도 다르지만 이곳 사람 들은 쉽게 버리고 다시 또 간편하게 마련도 한다고 하니 자기 손 때 묻은 물건에 애착이 덜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앤틱이 귀하고그래서 앤틱에 조금 향수가 있는 것같기도 하다. 고급 인티리어 가게에는 동양식 가구나 불상이 많이 취급되는 걸 보면... 더욱..

노트북/2007년 2008.08.25

먼 길 떠난 길손

먼 길을 지나 온 후 왔던 길을 돌아 보는 아득한 심경이 되어 나는 내 공간에 발을 디딘다. 지난 가을에 동유럽 여행을 다녀 와서 얼마간 즐겁게 지낸 후 12월 7일 인천 공항을 출발하여 지금껏 피츠버그의 딸네집에서 지내고 있다. 딸의 출산을 돕기 위해 또 힘 든 비행기를 또 탄 것이다. 그사이 딸을 이사를 했고 기다리던 아이도 낳는 등 긴 회오리를 지나 온듯 어지러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감당키 벅찬 일에 내던져져 있었던 시간이었음은 말할 것 없고. 그러나 보람 있고 기쁘기에 나는 먼 길을 머다 않고 온 것에 대한 응분의 보답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오고 가는 길목에서 늘 바라 보이는 끝없이 넓은 하늘, 그아름다운 변화는 감동을 덤으로 주고 있다. 새로운 집에 온 감각을 다 동원하며 꾸미려는 딸. 딸과 ..

노트북/2007년 2008.08.25

깁스를 했어도

우리 둘째 손녀 세영이는 말하는게 너무 귀엽다. 또박또박 말하던 언니에 비해 약간 혀 짧은 발음을 하여 더 귀엽고 천진하게 들린다. 전화를 곧잘 걸어서는 "할머니 나야, 테영" 때로는 귓속말로 "나 할머니 좋아해" 뭐하냐고 물으면 "아이스키임 막고 있쪄" "나 혼자 치지(치즈) 먹거 퍼지(퍼즐) 하고 놀고있쪄." 색깔을 이를때도 "이건 초욕이고 이건 부뇽이야" "보야색 예쁘지?" 할머니 목에 주름 보고는 "할머니 목에 줄무늬 있나 볼까?" 'ㅓ'는 'ㅏ'보다 발음이 어려운지 '원숭이'를 '왕퉁이'로 이런 예쁜 세영이가 며칠 전 놀이터에서 놀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큰 눈에 얼마나 눈물을 쏟았으며 우리 어른은 얼마나 놀랐던지... 그렇게 아프고 괴로웠을텐데도 조금 자고 나서 어김 없이 편..

노트북/2008년 2008.08.25

아이를 가진 딸을 바라보며

산천은 눈이 부시게 푸르름이 번져 가고 찬란한 봄을 열더니, 그 화려함은 강욜한 여름을 향해 내달린다. 봄이 눈 틔우며 기지개하는 그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엄숙함을 본다. 생명을 움직이는 역동적 힘으로 하여 나는 차츰 봄이 좋아진다. 이렇게 생명력으로 충만한 계절에 딸아이가 아기를 가져 우리 가족은 이봄을 오롯한 흥분 속에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공연히 일손을 놓는 일이 있어지며 마음이 상당히 편치 않아졌다. 가뜩이나 심적으로 불안한데 입덧을 하게되니 못 먹을테고 말할 수 없이 서러워지기까지 할텐데... 진정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엄마 노릇을 못하는 여건이 못내 야속하기도 하다. 남편이 걱정하고 끔찍히 돌보고 있어 걱정도 사치겠지만 나는 푸석한 딸의 얼굴만 보면 마음 한 귀퉁이가 저려 온다. 남편이..

노트북/2006년 2008.08.25

길었던 한 달

딸이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떠난 것이 오늘로 꼭 한달이 되었다. 나는 마치 몇년을 지난듯 먼 기억으로 떠 오른다. 긴장하지도 않았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이 한달을 계속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시달리고 았었으니...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병원문을 드나들며 이봄을 다 보낸 셈이다. 둘이서 의견 맞춰 그런대로 잘 꾸려 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궁금하고 안쓰러운 맘인가? 그많은 짐을 끌고 가던 둘의 모습만 떠올리면 짠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가구가 없으니 정리도 못하고 이삿짐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에, 날씨가 춥다는 소식에다, 전등이 어둡다는 말에다, 인터넷 연결은 연기 되고, 얼굴은 건조증이 생겼다는 근황까지 나를 상당히 근심스럽고 분노하게도 했다. 그러나 이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그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할..

노트북/2006년 2008.08.25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나는 류시화씨의 글을 좋아 한다. 물론 몇권 정도 밖에 안 읽었지만. 읽어야 할 책 목록으로 마음에 있는데 며느리가 사다 주니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작가의 인도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소리 내어 웃어 보다가, 어이 없어 한숨을 쉬어 보다, 또 곧장 심오한 심경이 되어지다가..., 내가 본 인도의 풍경에다 작가의 반짝이는 표현을 덧입히니 너무 공감되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특이한 정신의 소유자로 영혼의 자유를 위해 고행도 마다 하지 않는데도 인도는 그를 사정 없이 혼란하게 하였던 것이다. 빤한 거짓말을 하고도, 구걸을 하고도, 남의 물건을 가져도 당당하고 오히려 화 내는 사람을 타이르는 그들은 우리 상식으로는 사기꾼인데 논리가 정연한 것이 현실에 초연한 성자로 여겨지는 참 알 수 없는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노트북/2006년 2008.08.25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항상 있어 마침내 책을 사 보았다. 작가는 양치기 소년을 통하여 우리에게 신념이 갖는 멋진 가능성의 멧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양치기 소년은 평온한 일상의 어느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그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감만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보물 찾기에 나선다. 이른바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몸을 던지는 것이다. 매시간 매 순간을 보물 찾는 꿈의 일부로 여기고 순간에 열중하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 가며 긴 여정 동안 꿈을 잃지 않으며... '자아의 신화'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이세상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이고, 자기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의 정기는 각자의 소망이 실현 되도록 도와 준다는 것. 주인공은 보물을 찾아 사막을 건느고, 많..

노트북/2006년 2008.08.25

'Out of mind, Out of sight'

딸은 임시 거처를 마련하여 오붓하게 들어가 있다. 집을 결정 하더니 저희들 집으로 가겠다며 늦은 밤에 주섬주섬 챙겨서 아주 컴퓨터까지 가져 가며 소위 이사 같은 걸 했다. 깔끔한 보금자리에 참하게 꾸며 살게 하고픈 나의 작은 소망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으나 쓸쓸하기만 한데, 그래도 저희들은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는 광에서 잠만 자던 딸의 그릇이며 집기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빛을 보게 되고, 신혼 살림 연습도 해 보고, 또 자주 통화하고 보게 되어 작은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빈 딸 방으로 깨우러 가기, 불 꺼 주러 가기, 뭐 물으러 가기...등을 하려고 들어 잠깐씩 난감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일요일인데도 딸이 없어 시집 보낸 것이 여실히 실감 되었다. 물론 어김 없이 아들 가족이 와서 아이들..

노트북/2005년 2008.08.25

'가 보고싶은 곳' 머릿 속에 하나 더 추가

딸과 사위의 신혼 여행 문제는 우리에게 상당한 issue였다. 무슨 탐험대인양 둘이 의기투합해서 우리에게 생소한 '보라보라'섬으로 간다고 하니 말이다. 더구나 서울에서는 패키지가 되지 않아 일본에 가서 그쪽 일본인 신혼 부부팀과 합류해서 떠나니 무리하기짝이 없는 것이었다, 세계지도를 펴 놓고 타히티를 찾고, 거기서 또 보라보라를 찾아 보니 아... 남태평양 한 가운데 망연히 떠 있는 작은 섬의 모습이라니... 우려반 걱정반으로 우리는 일주일을 보냈고, 정작 본인들은 멋진 추억을 챙겨 온 모양. 그리고 적당히 그을린 건강한 모습에서 말 그대로 "They're on cloud nine" 이라는 표현이 적절 햇다. 우리는 안도하고 덩달아 여행의 무용담을 궁금해 여기며 분위기가 up되는 것이다. 비취빛 물감을 ..

노트북/2005년 2008.08.25

출발선에 서 있는 딸

단풍이 곱다고,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서정주씨 생가 마을에는 국화축제가 열린다고... 가을 길손이고 싶게 하는 뉴스가 파다하지만 나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가을을 지내고 있다. 딸이 드디어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시간과 자유를 조금씩 양보하며 도란도란 정을 쌓아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는 즐겁다. 지금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선에 서 있는 이아이들은 설레임과 애틋함의 빛나는 날을 살고 있다. 천생연분이란 천번의 생을 거듭하며 윤회한 후에 만난 귀한 인연을 일컫는 말이다.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인연에 충실하라는 불경의 가르침이다. 그렇게 지워진 인연을 우리는 공들여 가꾸어야함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들꽃 한송이도 꽃을 피우려면 햇빛도 바람도 비도..

노트북/2005년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