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詩) 모음 43

Life is but a Walking Shadow

Life is but a Walking Shadow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ke Told by an idiot, fool of sound an fury, Signifying nothing. 인생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윌리엄 쉐익스피어 그리고 우리의 과거는 모두 바보들이 죽음으로 가는 ..

October

October Thomas Bailey Aldrich October turned my maple's leaves to gold the most are gone now; hear and there one lingers. soon these will slip from out the twig's weak hold, likw coins beteen a dying miser's fingers 10월 토마스 베일리 올드리치 (1836~1907) 10월이 내 단풍잎을 물들였네 이제 거의 다 떨어지고 여기저기 한 잎씩 매달렸네 머잖아 그 잎들도 힘없는 가지로부터 떨어질 것 죽어가는 수전노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동전처럼 장영희 譯 자연이 삶을 마감하며 순명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달. 떨어지는 단풍잎을 보며 아무리 움켜 ..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김기택 방금 딴 사과들이 가득한 상자를 들고 사과들이 데굴데굴 굴러 나오는 커다란 웃음을 웃으며 그녀는 서류뭉치를 자르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고층 사무실 안에서 저 푸르면서도 발그레한 웃음의 빛깔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그 많은 사과들을 사과 속에서 핏줄처럼 뻗어 있는 하늘과 물과 바람을 스스로 넘치고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웃음을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사과를 나르던 발걸음을 발걸음에서 튀어오르는 공기를 공기에서 터져나오는 햇빛을 햇빛 과즙과 햇빛 향기를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지금 디딘 고층이 땅이라는 것을 뿌리처럼 발바닥이 숨쉬어온 흙이라는 것을 흙을 공기처럼 밀어올린 풀이라는 것을 나 몰래 엿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웃음을 그녀의 내부에서 오랜 세월 홀로 자라다가 노래처럼 저절로..

Alchemy

Alchemy Sara Teasdale I lift my heart as spring lifts up A yellow daisy to the rain; My heart will be a lovely cup Altho' it holds but pain. For I shall learn from flower and leaf That color every drop they hold. To change the leafless wine of grief To living gold 연금술 사라 티즈데일 (1884~1933) 봄이 노란 데이지꽃 들어 비 속에 건배하듯, 나도 내 마음 들어 올립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겁니다. 담겨 있는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테니까요.생기 없..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새는 날아 가면서 뒤 돌아 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 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사람의 가을

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나와 너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모든 존재는 소외된 개별자가 아니라 충만한 단독자로 빛난다는 것 가을은 인간 존재가 충만한 단독자임을 일깨우는 계절이라는 시인의 생각

늘, 혹은

늘, 혹은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때로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노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