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2013년 18

인생의 모퉁이에서 만난 빵집.

노아 벤샤가 쓰고 류 시화가 옮긴 '빵 장수 야곱, 짧으나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을 읽었다. “인생의 길 모퉁이에 가면 그 곳에 작은 빵집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빵 장수 야곱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밀가루 반죽을 나르고, 성냥불을 그어 오븐에 불을 붙이고 문득 종이 쪽지에 글귀 하나를 적는다 ‘신은 우리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잰다’ 쪽지는 빵 속에 들어 가 구워져 나와 누군가에게 전해 졌으며, 빵은 통하여 구워져 나간 지혜로운 글들은 너울 너을 흘러 나가 많은 사람에게 영혼의 위로를 안겨 주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고아인 요나가 빵 장수를 찾아 오고, 요나는 빵 장수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며 성장한다. “우리가 꾸는 꿈은 분실물 보관소” “배움은 얻도록 태어나서 바보처럼 죽는다” “당신..

노트북/2013년 2013.03.09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횡단기

빌 브라이슨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여행 작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그 별명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그에게 이 별명을 붙여 주고야 말았을 것이다. 34일에 걸쳐 미 대륙의 38개 주를 촘촘히 누비면서 거대한 문명국의 명과 암을 반짝이는 재치와 익살로 쓴 글솜씨가 아주 돋보인다. 주행거리 2만 2495Km를 돌파했다고 한다. 작가는 고향인 중서부 아이오와 주의 디모인에서 출발하여 아버지가 윈필드의 할아버지 댁에 갈 때 늘 이용했던 경로를 되짚어 가보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다.크리스마스나 추수 감사절, 독립 기념일 아니면 누군가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찾았던 할아버지 댁, 언제나 행복이 있었으며 유년 시절 추억의 절반이 있었던 그 곳을 맨 먼저 찾아 나선다. 그러나 집은 잡초가 무성한..

노트북/2013년 2013.03.08

전설같은 이야기들

제임스 볼드윈은 1898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교수, 1893~1903년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 철학 교수로 재직한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로서 미국의 사회 심리학의 방향을 확정 지운 학자라고 한다. 전설이 되어 내려 오는 실존 인물에 얽힌 일화들. 혹은 예부터 널리 구전되어 온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세상에는 많으나 서서히 사라졌거나,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 저자는 교훈적 목적으로 50편을 모아 엮어 한 묶음을 만든 것같다. 평범한 삶의 지혜, 선량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또 우리가 아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성공과 고뇌의 인드 스토리 등, 누구나 한번쯤 어디에선가 접해 본 이야기들을 모아 잔잔하게 꾸민 책이어서 가벼운 고전 동화를 읽는 느..

노트북/2013년 2013.03.01

나에게 통섭의 식탁이란?

통섭의 식탁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펼쳐 주는 식탁이 궁금했다. 식탁에 마주 앉는다는 것은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대화가 있고, 감정의 교류가 있게 마련이어서 인간 관 에 상당한 부분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권해 주는 식탁의 메뉴는 재미 있게도 책이어서 책을 받아 든 독자는 에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골고루 잘 차려진 코스 요리를 맛 보아야 한다. 말 그대로 독서를 밥 먹듯 해야 할 것같은 관념을 가지게 한다. 통섭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자연 철학자 William Whewell이 만든 용어인 Conscience를 통섭이라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대의 인생은 학문에서도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분리해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두루 교차해서 공부하고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도 받아 들이는 자세가 중요하..

노트북/2013년 2013.02.22

'남자의 물건' 김 정운 씨의 제안

“우리는 행복 하려고 산다. 재미 있으려고 산다.” 광고카피 같은 이 짧은 멧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작가는 물건을 제안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자기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물건,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할 것이다. 재미가 있으면 삶이 행복해진다. 평소에 빤하게 하던 반복되는 일들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해 본다든지,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일들을 기억해 낸다든지, 진정 자기를 재미있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꾸준하게 성찰해 보라고 하는 것이 요즘 흔히 말하는 힐링이나 치유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떠 밀리듯 생활인이 되어 버겁고, 또 무료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 넘기는 이 시대의 남자들에게 인생의 재미, 자기에 대한 작은 배려를 가져 보라는 충고이기도 한 것이다. 재미를 찾아..

노트북/2013년 2013.02.15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참 결이 고운 제목이어서 찾아 보니 류시화 씨의 시집이었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등 작가의 글은 몇 권 읽었고 늘 내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 받았었다. 그러나 나는 시에 대해깊은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인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다만 시가 난해하지 않으면 좋고, 정결하고 느낌이 아름다우면 그저 좋다. 자갈 돌 같은 언어끼리 스치고 부대끼어 마침내 지면에 동그마니 활자로 새겨진 영롱한 표현들을 늘 경이롭게 바라볼 뿐이다. . 수분을 모두 날려 버리고 순수한 결정체만 남아 읽는 시에게 나는 물을 뿌려 가며 내 나름의 감상을 덧붙여 읽어 보는 재미가 있다...

노트북/2013년 2013.01.12

'신들메를 고쳐매며'

신들메를 고쳐매며. ‘이문열 작가의 산문집을 집어서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이 더 단단히 신들메를 고쳐 매며 일상에 긴장감을 좀 높여 보겠다는 새해의 결의와 맞물린 선택이었다. 한 때 이 문열씨의 책을 사 모으고 열독 했으며, 작품 속에 나와 우리를 투영해 보며 깊은 공감을 가졌었는데 출판한 지가 1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을 지금 찾으니 애독자란 말이 무색해지려 한다. 지난 세월 작가에게 가해진 엄청난 일들을 우리는 지면을 통해 간간히 들어 왔다. 자기들의 이념과 다른 글을 쓴 작가라고 해서 반품 운동에다 책의 화형식 장면까지 보게 되어 공포심마저 들었고,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안녕을 걱정해 보기도 했었다. 이런 하수상한 시절에 작가는 신들메를 고쳐 매고 길을 떠나기에 앞서 젊은 이들에게 몇 마디 남..

노트북/2013년 2013.01.11

내 작은 등잔불

무엇이 무거울까 바다 모래와 슬픔이. 무엇이 짧을까? 오늘과 내일이. 무엇이 약할까? 봄꽃과 청춘이. 무엇이 깊을까? 바다와 진리가. "무엇이 무거울까? 크리스티나 로제티라는 영국 시인의 시라고 한다. 자주 보겠다고 머리맡에 두었건만 전혀 들추어보지 않아 마치 정물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 장 영희씨의 ‘축복’을 펼쳐 든 것은 제야의 종 타종을 기다리면서이다. 그것은 종소리와함께 가슴을 울리는 경종같기도 하고, 또한 새 아침에 내리는 축복같기도 한 것이다. 타종 소리는 멀어지고, 새해 벽두를 시드니 '하버브릿지'의 폭죽 쇼가 찬란하게 열어주고 있다. 아름답고 위엄 있던 다리를 생각해 보며, 그 때는 또 젊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땀 흘리지 않고 대가를 바라는 것은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을..

노트북/2013년 201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