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잘 맞는 간결한 책을 한 권 읽었다. 오직 편지만으로 이어진 20년의 인연, 아주 특별한 만남, 체링크로스 84번지는 런던의 마크스 & 코’라는 한 헌 책방의 주소이다. 1949년에서 1960년까지 20년간 한 도서 구매자와 서점 직원이 주고 받은 편지를 모아 엮은 특이한 소재의 책이다. 뉴욕의 헬렌 한프라는 작가는 고서적에 취미가 많은 사람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체링크로스 84번지 서점으로 작은 주문의 편지를 띄운다. 서점 직원은 주문에 정중하게 답장을 띄웠고, 그 사연은 이후 20년 간 지속되었던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일에 충실할 뿐인, 퍽 평범한 사연으로 자칫 싱거워 보이나 정겹고 따스하다. 짧은 인사와 함께 보내는 도서 주문서. 청구서와 함께 잔액을 일러 주는 성의 있는 상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