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222

길었던 한 달

딸이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떠난 것이 오늘로 꼭 한달이 되었다. 나는 마치 몇년을 지난듯 먼 기억으로 떠 오른다. 긴장하지도 않았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이 한달을 계속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시달리고 았었으니...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병원문을 드나들며 이봄을 다 보낸 셈이다. 둘이서 의견 맞춰 그런대로 잘 꾸려 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궁금하고 안쓰러운 맘인가? 그많은 짐을 끌고 가던 둘의 모습만 떠올리면 짠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가구가 없으니 정리도 못하고 이삿짐 속에 파묻혀 있다는 것에, 날씨가 춥다는 소식에다, 전등이 어둡다는 말에다, 인터넷 연결은 연기 되고, 얼굴은 건조증이 생겼다는 근황까지 나를 상당히 근심스럽고 분노하게도 했다. 그러나 이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그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할..

노트북/2006년 2008.08.25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나는 류시화씨의 글을 좋아 한다. 물론 몇권 정도 밖에 안 읽었지만. 읽어야 할 책 목록으로 마음에 있는데 며느리가 사다 주니 더 반가운 마음이었다. 작가의 인도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소리 내어 웃어 보다가, 어이 없어 한숨을 쉬어 보다, 또 곧장 심오한 심경이 되어지다가..., 내가 본 인도의 풍경에다 작가의 반짝이는 표현을 덧입히니 너무 공감되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특이한 정신의 소유자로 영혼의 자유를 위해 고행도 마다 하지 않는데도 인도는 그를 사정 없이 혼란하게 하였던 것이다. 빤한 거짓말을 하고도, 구걸을 하고도, 남의 물건을 가져도 당당하고 오히려 화 내는 사람을 타이르는 그들은 우리 상식으로는 사기꾼인데 논리가 정연한 것이 현실에 초연한 성자로 여겨지는 참 알 수 없는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노트북/2006년 2008.08.25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항상 있어 마침내 책을 사 보았다. 작가는 양치기 소년을 통하여 우리에게 신념이 갖는 멋진 가능성의 멧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양치기 소년은 평온한 일상의 어느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그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감만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보물 찾기에 나선다. 이른바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몸을 던지는 것이다. 매시간 매 순간을 보물 찾는 꿈의 일부로 여기고 순간에 열중하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 가며 긴 여정 동안 꿈을 잃지 않으며... '자아의 신화'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이세상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이고, 자기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의 정기는 각자의 소망이 실현 되도록 도와 준다는 것. 주인공은 보물을 찾아 사막을 건느고, 많..

노트북/2006년 2008.08.25

'Out of mind, Out of sight'

딸은 임시 거처를 마련하여 오붓하게 들어가 있다. 집을 결정 하더니 저희들 집으로 가겠다며 늦은 밤에 주섬주섬 챙겨서 아주 컴퓨터까지 가져 가며 소위 이사 같은 걸 했다. 깔끔한 보금자리에 참하게 꾸며 살게 하고픈 나의 작은 소망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으나 쓸쓸하기만 한데, 그래도 저희들은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는 광에서 잠만 자던 딸의 그릇이며 집기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빛을 보게 되고, 신혼 살림 연습도 해 보고, 또 자주 통화하고 보게 되어 작은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빈 딸 방으로 깨우러 가기, 불 꺼 주러 가기, 뭐 물으러 가기...등을 하려고 들어 잠깐씩 난감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일요일인데도 딸이 없어 시집 보낸 것이 여실히 실감 되었다. 물론 어김 없이 아들 가족이 와서 아이들..

노트북/2005년 2008.08.25

'가 보고싶은 곳' 머릿 속에 하나 더 추가

딸과 사위의 신혼 여행 문제는 우리에게 상당한 issue였다. 무슨 탐험대인양 둘이 의기투합해서 우리에게 생소한 '보라보라'섬으로 간다고 하니 말이다. 더구나 서울에서는 패키지가 되지 않아 일본에 가서 그쪽 일본인 신혼 부부팀과 합류해서 떠나니 무리하기짝이 없는 것이었다, 세계지도를 펴 놓고 타히티를 찾고, 거기서 또 보라보라를 찾아 보니 아... 남태평양 한 가운데 망연히 떠 있는 작은 섬의 모습이라니... 우려반 걱정반으로 우리는 일주일을 보냈고, 정작 본인들은 멋진 추억을 챙겨 온 모양. 그리고 적당히 그을린 건강한 모습에서 말 그대로 "They're on cloud nine" 이라는 표현이 적절 햇다. 우리는 안도하고 덩달아 여행의 무용담을 궁금해 여기며 분위기가 up되는 것이다. 비취빛 물감을 ..

노트북/2005년 2008.08.25

출발선에 서 있는 딸

단풍이 곱다고,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서정주씨 생가 마을에는 국화축제가 열린다고... 가을 길손이고 싶게 하는 뉴스가 파다하지만 나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가을을 지내고 있다. 딸이 드디어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시간과 자유를 조금씩 양보하며 도란도란 정을 쌓아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는 즐겁다. 지금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선에 서 있는 이아이들은 설레임과 애틋함의 빛나는 날을 살고 있다. 천생연분이란 천번의 생을 거듭하며 윤회한 후에 만난 귀한 인연을 일컫는 말이다.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인연에 충실하라는 불경의 가르침이다. 그렇게 지워진 인연을 우리는 공들여 가꾸어야함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들꽃 한송이도 꽃을 피우려면 햇빛도 바람도 비도..

노트북/2005년 2008.08.25

"내 이름은 김 삼순'을 읽은 느낌

요즈음 장안의 화제가 연속극 "내 이름은 김 삼순"인 것같다. 연속극을 못 봤는데 책이 있어 읽어 보면서 현재를 새삼 실감한다. 연속극의 소재로 적합한 신데렐라성 스토리이고, 주인공의 직업이 '파티쉐'와 고급레스또랑의 젊은 오너인 것이 일단 여자들 구미에 맞게 설정 되었으며, 특히 여자 주인공의 프로필이 모든이의 공감을 자아낸듯 싶다. 외모 지상주의인 요즈음에 여자 주인공은 살이 오동통하게 쪘는데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 있게 살아 간다는 것이 크게 어필한 이유인 것이다. 거기다 사이 사이 맛있는 케잌 소개가 추임새 역할을 하며 재미를 뿌린다. 언어가 젊어 다소 경망해 보이나 생동감 있고, 손익계산 없이 순수하게 접근하는 사랑의 방식이 우리가 추구하고픈 점일 것이다. 진한 감동이나 깊은 슬픔이 주는 무거..

노트북/2005년 2008.08.25

신간 '달의 제단'을 읽고

신문의 신간 안내에서 조금 특이한 느낌이 있어 사 본 책인데 나는 읽으면서 몇가지 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가 아주 젊은 여성이라는 것과 아울러 고문과 현대문을 아우르는 엄청난 어휘력에 놀랐고 또한 경상도 지방의 제사 문화의 접근과 사투리의 묘사는 너무 사실적이라 현란한 감마저 들었다. 국불천위의 제사를 모시는 광영스런 가문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한 종가 효계당이 이야기의 무대로 그려진다. 이야기의 화자는 이종가의 1/2 적자이며 할아버지의 남은 유일한 혈육,손자이다. 종가의 의례와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할아버지의 극단적인 집착의 삶과 부자연한 출생과 성장에서부터 할아버지와는 불협음을 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손자와는 결국 비극적 사건을 만들고 종가의 문을 닫게 되고 만다. 손자에 의해 해..

노트북/2005년 2008.08.25

200%의 노력

200%의 노력 5월 11일자 중앙 일보에서 읽은 200%의 노력이란 칼럼이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피아니스트 김용배 씨의 글이다. 연주자가 새로운 곡을 받아 이해하고 연습하여 음악적으로 완성하는 시기는 차라리 행복하단다. 오늘보다 내일은 나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연습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그곡을 어느 정도 완성 했을 때부터는 고통의 연속이란다. 현재의 실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나태하지 않고 지리한 연습을 해 나가야 하는게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주회 날이 가까워 오면 온갖 악몽에 시달리고 신체적 고통이 동반되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하니... 예술가의 고뇌를 새삼 알게 하는 글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100%의 노력을 쏟았는데 50%밖에 보여 주지 못하였다" "그러면 200% 준비하라"..

노트북/2005년 2008.08.25

제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는 말을 떠 올려 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잘 정돈 된 실내는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제 위치에서 제 구실을 할 때 안정된 아름다움이 있다. 소는 푸른 들녘에서 볼 때 어진 아름다움이 더하고, 이름 모를 들꽃은 들녘에 흐드러질 때 그소박함이 너무 아름답고, 학생은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열중 하는 모습은 정말 아릅답다. 자기 자리에 걸맞게 열심히 사는 모습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제자리를 벗어 나면 불편함이 따르고, 궤도를 벗어난 어떤 것도 고와 보이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미끄럼도 타고, 바이킹 그네 타기라며 엄마랑 마주 보며 그네도 타고, 놀이 기구에 몸을 실어 빙그르르 돌아 보기도 하면서 아빠 안 계신 어린이 날을 소박하고 작게 보낸 아들네 가..

노트북/2005년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