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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따라 가보니.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을 구해 읽었다. 행복을 논하는 많은 이론이 있고, 행복을 장담하는 말과 글들이 쏟아져 있는 지경이라, 이제 행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차라리 진부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씨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이고 심리 학자이어서일까, 행복을 거룩하고 현학적으로 해석하지 않아 피로하지 않으며, 현란한 언어로 힘들게 하지 않으니 일단 편안하고, 그리고 가벼이 읽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보드라운 글에다, 엽서처럼 예쁜 삽화까지 따문따문 끼워져 있어 동화 책을 펼친듯이 따스함이 전해 오는 아름다운 책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다른 지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참 이상한 현실이 있다. 꾸뻬 ..

노트북/2013년 2013.10.20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 ' 지난 생일에 나는 나에게 정 호승씨의 산문집인 이 책을 선물했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을 얘기하라면 나는 우선 내 용기 없음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포도는 군침이 돌지만 포도 나무에 오를 용기가 없음에 “저 포도는 시다” 하며 돌아 서고마는 이솝 우화의 여우의 심상이 나와 닮았다고. 나는 늘 뒤란으로 숨었고, 뒤 돌아서서 남루해진 내 영혼에 깊은 연민을 보내며, 무위하게 젊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는 모든 외풍을 다 받아 들이듯 시달렸고, 그 바람은 마음에 사막을 만들었으며, 그 외딴 모래섬에 가두어진 현실을 숙명처럼 다독이며 움츠렸으니, 거친 모래 바람을 헤쳐 나아가 물길 한 줄기, 풀 한 포기를 찾아 나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

노트북/2013년 2013.08.29

이별의 아쉬움을 알아 가는 아이들.

해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늦여름 장마는 시절도 잊고 방향도 잊은는지 여기 저기 몰려 다니며 일을 내고 있다. 빗줄기는 때로 호기 있게, 혹은 지리한 모습으로 끊임 없이 내리면서 국지성 호우, 아열대성 기후 등등 우울한 말들이 더돌게 하고 있다. 장마 기류가 그리는 하강 곡선보다 더 가라 앉은 기분 속에 나는 일손도 놓고 넋도 놓고 있다. 딸이 아이들 데리고 지내다 간 한달은 장마도 아랑곳 없더니만. 외손주들이 떠나니 아이들 떠드는 소리, 달리는 소리, 자동차 구르는 소리도 사라졌고, 잠도 편히 자는 절간처럼 조용한 나의 일상이 다시 찾아왔건만 마음에 안정은커녕 가슴에 뭉툭한 돌덩이 하나 자리 잡은 듯 무겁기만 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채로, 그 미진한 마음을 안고 손자가 떠나던 날의 얼굴을 나는 아주 잊..

노트북/2013년 2013.07.25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이름을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소설. 1942년에 세상에 내 놓은 ‘그리스인 조르바’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굳이 스토리를 쫓지 않고 있는 나를 알아챘다. 스토리 너머 배경에 깔려 있는 깊은 사유의 음성에 깊이 귀 기울이게 되고, 감각적인 표현들, 섬세한 결을 가진 아름다운 표현들에 내 시선이 순간 순간 붙잡히기 때문이다. 책벌레인 주인공은 크레타 해안의 폐 탄광을 운영해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자기 내부의 혁명을 위해, 책벌레의 세계에서 노동자, 농부와 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새 생활을 해보기 위해 크레타를 향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게 되고 함께 떠난다. 붓다의 정신 세계에 깊이 침잠하였으며, 붓다와 하나 되기 위해 씨름을 하던 책벌레인 주인공..

노트북/2013년 2013.07.10

5월을 기다린 남이섬

많은 동남아 관광객이 시간 내어 들러는 곳을 이제야 찾는다니 참 철 늦었다는 생각이 들던 오월 아침, 이상 기후로 한냉한 기류가 봄이 오는 길목을 자꾸 어지럽힌다고 하지만, 어김 없이 봄은 닥아 와 있다. 비를 품은 하늘은 햇살 가리려 하나 바람은 어쩔 수 없는 훈풍이다. 2002년 '겨울연가' 이후 아시아권 관광객이 급증하더니 최근에는 북미, 유럽, 중동관광객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는 섬. 2006년 3월 1일 나미나라공화국으로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독자적인 국기와 애국가, 화폐, 여권, 우표를 발행하는 미니 국가로 탈바꿈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화나라로 만들고자 애쓰고 있다고 한다. 남이섬을 '나미나라 공화국'이라 부르짖는 안내가 유머러스하게 보이더니, 입장료 처리는 '나미나라 비자 발급'으로 통하..

'기나 긴 하루'

박 완서 소설집 ‘기나 긴 하루' 봄은 아지랑이를 만나지 못해도 아련하고 행복한 계절이다. 벚꽃이 천지를 흔들어 봄을 깨우더니, 난분분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철쭉이 화려하게 풍경을 싹 바꾸더니, 이제 순번을 기다렸다는듯이 팝콘처럼 부풀다 하얗게 팍 터지는 꽃이 멋지게 봄을 배웅하고 있다. 이팝나무라고 하는데 이름까지 예쁘다. 이 어여쁜 계절은 책 읽는 나를 질책하는 것같다. 가벼운 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라면 이유가 된다. 박 완서씨의 글은 언제나 작중 인물에 쉽게 몰입이 된다. 때로 나의 모습이고, 우리네 일상이며 이웃집의 애환이 사진이라도 찍은듯 활자로 선명하기 때문이다. 2011년 박 완서씨는 81세를 일기로 돌아 가셨다. 그래서 이 소설집은 사후 작가의 글을 엮어 낸 것이라고 한다. ‘석양을 등에 ..

노트북/2013년 2013.05.25

'Scott Nearing'의 근본주의적 삶.

얼마 전 친구로부터 'Scott Nearing 자서전'과 '자연식 밥상'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뜻밖의 선물에 반갑고 놀라웠다는 건 당연한 사족이고, 내게 보내겠다고 책 준비해서 우체국까지 발걸음을 한 친구의 따스한 온기가 함께 배달되어 더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 봄, 나를 생각하는 벗이 있다는 것에 가볍게 흥분하면서 행복해 했다. 나는 '스콧 니어링'이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무심히 책을 펼쳤고, 그저 찬찬히 읽다 보니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엄청난 통제력을 가진 드물게 보는 굉장한 이론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철저하게 이론으로 무장된 사회주의자이니 애초에 나의 관심 분야 밖의 사람일 것이 분명한데 어느듯 내게 존경의 념까지 불러왔다. 그는 1883년 펜실베니아 주, 티오가 카운티..

노트북/2013년 2013.05.18

유 안진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도서관의 서가를 오가며 책 구경을 하다 보면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그림이 마음에 드는 책, 그리고 새로 출간되어 깨끗한 책에 주로 손이 가게 된다. 유 안진 씨의 책이 유난히 깨끗해서 보니 올 초에 출간된 신간이고, 꽃무늬 보자기가 살푼 놓여 있는 표지 사진도 좋고 책이 예쁜데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니 행운이라도 잡은 듯 선듯 빌려 왔다. 그래서 나는 읽으려고 쌓아 둔 책이 일곱 권이 되어버렸는데, 부담은커녕 오가면서 한번씩 쳐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소한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다. “돌아와 앉은 고향집 아랫목 같은 정겨움과 편안함으로” 저자는 산문 집을 묶었다고 했고, 나 또한 저자에 정겨움을 느끼며 편안하게 읽었다. “외로운 사람에겐 자기 방이 필수이고, 또 여러 개의 침대도 필..

노트북/2013년 2013.05.10

'태로각' & '야류 해양 공원'

타이완의 면적은 우리의 경상도와 제주도를 합쳐 놓은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면적의 64%가 산지이고 산봉우리들의 평균 고도가 3000m가 넘고, 섬에서 가장 높은 산의 표고가 3997m나 된다고 하니 절벽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 화련은 대만 동부의 중심 도시로서 뒤쪽으로는 동부 산맥을 등지고, 앞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도시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화련의 태로각 협곡을 보기 위해 우리는 기차를 이용한다. 타이페이 역사 앞 정원은 꽃과 미술품으로 멋을 부렸다. 바쁜 걸음에도 눈길을 붙잡게 하는 존재감이 있다. 이곳의 한자는 간자체가 많지 않아 읽고 이해하기가 조금 쉽다. 거리의 간판들만 대충 알아봐도 여행자의 마음은 편해지는 법이다. 화련으로 가는 기차는 벼가 푸룻푸룻한 들녘을 지나기도 하고, 해변을 바로 ..

타이페이 ~ 겸손한 얼굴

우리가 아는 타이완의 역사는 장제스 총통이 이끌었던 국민 정부가 타이완으로 이주한 이후부터일 것이다. 1949년 10월 1일에 뻬이징에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자 장제스 총통이 이끄는 국민정부는 대만해협을 건너 중화민국의 임시 수도를 타이뻬이에 수립하고 본토수복을 정치적 목표로 삼아 반공친미정책을 추진해왔다. 1971년 중국이 국제연합(UN)에 가입하자 국민정부는 탈퇴했으며 이후 자유 우방국과의 단교로 이어졌던 것이다. 1992년 8월 한국이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함으로써 타이완과 한국의 외교관계도 단절되어 오늘에 이른다.약육강식의 비정한 역사는 이렇게 흐르고 있다. 출국장으로 나가면서 처음 만난 타이완의 얼굴, 일정하게 분할된 지붕에 쏟아진 자연광은 명경같은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며 멋진 대칭 구도의 그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