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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알베르 카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를 1947년, 그의 나이 34세에 세상에 내놓았고, 그해 6월 10일 출간 후 한 달 만에 초판 2만 부가 매진될 정도로 화제작이었다고 한다. 이듬해에 터진 제2차 세계 대전이 페스트 소설의 착상에 기폭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한가하고 습관에 젖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질병이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것과, 잔쟁 초기의 양상은 부조리하고 어처구니없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194 × 년, 알제리 해변에 면한 프랑스의 한 도청 소재지, 오랑에서 발생한 전염병 사건의 기록을 소설로 쓴 일종의 연대기로서 역사성을 가진 형식이라는 설명이 있는 소설이다. "솔직히 말해서 도시 자체는 못 생겼다. 일견 한가로워 보이는 이 도시는 전 세계 각지에 있..

노트북/2020년 2020.04.29

스스로 봄길이 되어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질긴 명줄은 언제나 끊어지려나, 이 폭풍이 휩쓸고 간 다음 우리의 삶은 어떠할 것인가? 분석과 전망의 말은 향연을 이루지만 그저 불투명하기만 하다. 불안에 절어 지내던 지난 2개월 여 동안의 신문은 확진자, 사망자 숫자 카운트하는 기사로 도배되어 접하기도 두려운 지경이었다. 그렇게 심란하던 어느 아침, 땀에 흠씬 젖은 한 의료인..

노트북/2020년 2020.04.04

이 한 권의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1964년 '이 어령' 선생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것이 이것이 韓國이다""惡運과 가난과 橫暴와 그 많은 不意의 災難들이 소리 없이 엄습해 왔을 때에 그들은 언제나 가축의 몸짓으로 쫓겨 가야만 했던 것일까? 그러한 손길로 몸을 피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가?우리의 皮膚빛과 똑같은 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우리의 비밀, 우리의 마음이 있다”  風景 뒤에 있는 것. P.21. >“우리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현재보다는 과거를 돌아다보며 세상을 살아온 것 같다. 모든 것이 過去中心으로 되어 있는 나라다.나라 전체가 그렇다. 역사가 불과  百年도 되지 않은 美國人에게 밀가루와 납작보리를 얻어먹고 살면서도 여전히 「半萬年 찬란란 歷史」를 자랑할 것을 잊지 않는다.  “조상의 무덤에 望頭石을 세울 줄 알아도 ..

노트북/2020년 2020.03.23

원인이 되는 삶

해 바뀐지 두달, 빳빳한 카렌다에 담겨 배달된 나의 1년 새 시간도 1/6이 벌써 사라졌다. 묵은 달력을 접으며 지난 한 해도 고만고만하지만 나날을 잘 살아 냈다고 자평을 했더랬다. 못다 했던 일들, 미진했던 많은 것들이 어찌 도드라지지 않을까마는 부분 부분 너그러이 면죄부를 줘가며 내게 셀프 위로와 셀프 격려를 보내보던 시간이 회상 속의 먼 그날처럼 아득하다. 이렇게 3월을 맞는다.시작도 모르고 끝도 알 수 없이 막연하게 스쳐가는 순간 순간들을 시간으로 개념화한 인류의 지혜는 경탄 그 이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영겁의 부단한 흐름을 잘게 또 잘게 잘라 시간이라 이름 지으며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은 기원은 이집트에 있다고 한다. 인류 발생 초기에 나일강 하구에 정착한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농사에는..

노트북/2020년 2020.02.29

'Atomic Habit'. (아주 작은 습관의 힘)

'2018년 아마존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해서 미리 찜해 뒀던 이 책을 이제야 읽을 기회가 생겼다. 저자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 는 라인 학습 사이트, 습관 아카데미(Habits Academy)를  설립한 미국 최고의 자기계발 전문가라고 한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월 100만명의 방문자를 거느린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습관이 인생에 주는 변화에 대해 미국 뿐아니라 전세계에 알리는 일을 한다고 한다.저자는 고교 시절 촉망 받는 야구 선수였으나 연습 도중 야구 배트에 맞아 얼굴뼈가 30조각이 나고, 눈도 크게 다치는 부상을 입었으며, 심정지 상태를 세번이나 겪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한다. 특이한 점은 좌절에 빠지지 않고, 현재 처한 상황을 받아 들이면서 자신의 힘으로 지..

노트북/2020년 2020.02.13

< Quiet >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저자  Susan Cain 은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월스트리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성공을 보장 받는 월 스트리트 변호사의 세계를 떠난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성격을 감추려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였고, 끈질긴 연구를 통하여 7년만에  '내향성의 위대한 기질'에 관한 책을 펴 내어 미국 사회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고 한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오늘 날 우리 사회는 외향성의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사교적이고 지배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

노트북/2020년 2020.01.25

김 영하 '여행의 이유'를 읽고...

김 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는 출간 후 꾸준하게 베스트셀러 지위를 유지하여 올해 판매부수 최고를 찍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작가는 영감의 원천을 여행에 두고 있지 않나 싶게 여러 글들에서 여행 에피소드나 독특한 외국살이의 경험들을 쓰고 있어 즐겨 읽곤 했었다. 특히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는 시칠리아 살아보기 쯤 되는 글로서, 현지인의 이웃이 되어 장도 보고 밥도 해 먹는 나날들이 손에 잡히듯 그려져 잔잔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모두가 모두를 다 아는 정겨운 마을, 시칠리의 평화로운 감상이 잊히지 않고 있어 이번 '여행의 이유' 출간소식을 접하고는 그냥 봐야하는 책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작가는 생각으로 일하는 직업이라 가벼운 머리에 지혜만 담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으니, 방랑하..

노트북/2019년 2019.12.10

'후회 병동'

'후회병동'은 일본작가 '카키아 미우' 가 쓴 소설이다. 죽음을 앞 둔 환자들이 좀 더 평온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도우게 되는 의사의 일인칭 소설이다. 비유와 유머가 있어 수월하게 읽히나 그 의미는 두루 무겁게 다가온다. "간다가와 내과에서 근무하지 곧 10년이 된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많은 이곳에서 이미 500명 가까운 사람의 임종을 지켜봐 왔다. 그것만으로도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환자 앞에서는 아직도 긴장하고 책임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다 못해 급기야 공포로 바뀌는 때마저 있다." 여의사 로미코는 열심히 지식을 쌓고, 신기술을 익혀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 여기며 열심히 환자를 돌보아 왔지만 환자들은 별 호감을 갖지 않는다. ..

노트북/2019년 2019.10.24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무우 속에 바람이 숭숭 들면 헤깝하게 가벼움이 느껴진다. 코에 바람 넣겠다고 이리저리 쏘다니다 보면 가슴 속이 무우속처럼 숭숭해진다. 어디 실한 기둥에 붕붕거리는 마음을 매달아야겠다 싶을 때 책 끼고 앉는 것만한 것이 없다. 순간 순간 집중에 어려움은 있어도 짜투리 시간을 제법 줄이게 되고, 주구장창 놀며 쉬며 뒹굴진 않는다며 마음에 위안까지 얻는다. 부질 없는 강박감은 일종의 허영심이라 누가 타박해도 할 말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이끌림이 있는 제목이라 읽으려다 미루던 책을 집어 들었다. 일본인 사이토 다카시가 저자라고 알았는데, 같은 제목으로 한 상복 씨의 저서가 또 있어 두권을 나란히 읽게 됐다 '사이토 다카시'는 도쿄 대학교 법학부와 대학원 교육학 연구과 박사 과정을 거쳤고, 메이지 대..

노트북/2019년 2019.09.29

그리울 때면 언제나~~

'링링'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태풍이 지금 서해를 지나는 중이라고 한다. "쏴아아 쏴아아" 소나기 퍼붓는 소리가 요란해서 내다 보니 거센 바람이 나무를 공격하며 머리채를 사정 없이 쥐흔드는 소리다. 무성한 잎새들로 뜨거운 여름을 자랑스레 버티던 나무들이 바람 앞에 무력하게 부대끼는 모양이 아주 안쓰럽다. 가지를 꼭 보듬고 유연하고 지혜롭게 견뎌서 부디 꺾이지는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라 보았다. 풍속이 하도 빠르니 비구름 모을 말미도 없는 모양인데 마른 바람만으로도 위세가 이렇게 등등하다. 붉어진 가을 대추 한 알에 태풍 몇개가 담겨 있다고 하는 시인의 성찰처럼 그저 이 거센 바람이 가을의 전령이리라 여겨 보기로 한다. 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여름 방학 두 달을 나고 떠난 우리 집도 한바탕 태풍 쓸고 ..

노트북/2019년 201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