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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튜더' - 'still water'

나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하지 않는다. 여름이 남긴 자투리 더위까지 안고 가려는 가을비는 차분하고 반가운 손님이다. 비가 내린다는 건 늘 장면의 변화를 예고하고 지금 우리는 가을 길목에 있다. 나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비 오는 날은 외출을 잘 하지 않는다. 간단 없는 빗소리를 듣거나 빗줄기가 뿌옇게 장막을 드리우는 대기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도 우중에 차를 몰고 영화를 보러 나섰다. '타샤 튜더' 몇년 전 '타샤튜더의 정원'이라는 책을 읽고,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에 깊이 매료 되었고, 얼마간 그녀의 일상을 따라잡아보고 싶은 막연한 소망을 가져 보기도 했었다. 그녀의 스토리가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미처 못 본채 넘어 갈까봐 마음이 초조해진 건 당연하다 해야겠다. 영화는 일본인 감독에 의해 만들..

노트북/2018년 2018.10.08

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나는 소박하게 여름나는 걸 좋아한다. 방바닥에 엎드려 쿳션이랑 방석이랑 책이랑 엎치락 뒤치락해가며 더위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면 더위는 멋쩍어 슬쩍 한걸음을 물리고, 나는 그 틈을 즐기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신선놀음은 못되어도 이 소극적 피서법이 나에게 적절한 만족을 주어 내가 즐기는 여름나기 법이었다. 적어도 이번 여름의 기록적인 더위를 만나기 전까지는. 요모 조모 책들은 들춰 보긴 했지만 휘적이는 수준이고 그나마 더위 타령을 타고 다 흘러들 가버리고 말았다. 이제 가을 기별이 오고 조금씩 두꺼운 옷을 찾아 입으니 비로소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지나버린 시간을, 붙잡지 않아 나의 인생이 되지 못한 기회들을 생각하게 하는 조금은 쓸쓸한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을 읽었다.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19..

노트북/2018년 2018.09.23

'7월 - 나의 서안 여행 '

서안 (西安,西京)은 중국 산시성의 성도로서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왕조의 수도였던 도시이다. 지리적으로 북의 북경, 남의 남경, 그리고 낙양을 중심으로 한 내륙지방이라하여 서안( 일명 서경) 으로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고대에는 장안 (長安)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진 도시,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던 당나라의 수도였던 도시, 일찌기 서양문물을 받아 들였던 도시라 문화와 역사의 내력이 깊을 것같아 언젠가 한번 가보려고 내 마음에 '위시리스트'로 담겨 있던 도시였는데, 갑자기 여행 기회가 와 급히 가방을 싸게 되었다. ( 7.21~7.25 ) 로마·아테네·카이로와 더불어 세계 4대 고도로 꼽혔다는 시안을 마음에 그렸으나, 내가 주마간산으로 바라 본 시안은 서구화된 퍽 현대적 도시의 모습..

휘바 핀란드, '진정한 심플라이프'

달은 기울기 위해 차오르는 것일까? 심플라이프를 외치고, 미니멀리즘을 예찬하는 글들에 어느듯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걸 보면 문명한 삶과 풍요로운 위식주를 위해 질주하느라 우리는 많이 숨이 가빠진 모양이다. 우리 마을에 TV 가 몇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이 최초로 달 착륙하는 장면을 TV로 보겠다고 우리집 마당에 사람들이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찾아 보니 1969년). 투도어 냉장고가 최신이라며 들여 놓고 닦고 또 닦으며 행복해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의 소박했던 지난 삶이 진정 심플한 삶이 아니었을까? 북유럽의 생활 방식이 인구에 회자하고, 그들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높이 사는 분위기가 들불처럼 번져 간다. 핀란드의 논픽션 작가, '모니카 루꼬넨' 이 쓴 '휘바 핀랜드'라는 책이 내 시계에 들..

노트북/2018년 2018.07.14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 맨해튼 엄마들의 세계

'Primates of Park Avenue ' -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뉴욕에 가 보지 않아도, '파크 애비뉴'라는 지명은 익히 알고 있다. 주로 뉴욕 상류층의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인가 여겼을 뿐으로 당연히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실로 그곳 거주민은 뉴욕 인구의 0.1% 해당되는 극소수라는 걸 알게 됐다. 작가는 그들을 최고의 서식지에 사는 영장류 중 으뜸이라 분류하면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작가 '웬즈데이 마틴'은 예일대에서 문화 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30대 중반에 파크 애비뉴 70번가에 둥지를 틀어 맨해튼 주민이 된다, 대략 1㎢ 넓이의 맨해튼 어퍼 이스트에 거주하는 최고 부자들의 생활 방식과 행동 양식들을 관찰자적 입장으로 쓴 것으로 소설 같으나 소설 아닌 글이라 큰 관..

노트북/2018년 2018.06.03

'Hillbilly Elegy', - '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누군가에게서 책을 추천받거나, 책을 나눠 보는 일이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지인이 'Hillbilly Elergy' 라는 제목도 생소한 책을 건네 주어 고맙게 받아 들었는데, 읽으면서 기대 이상의 울림이 있어 나도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어졌다.'힐빌리'란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백인 하층민을 지칭한다. 소외된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하며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저자 'J.D. 밴스'는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의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남동부의 탄광촌인 잭슨을 오가며 자란 힐빌리의 자손이다. 저자는 폭력과 약물이 넘실대는 우울한 환경을 딛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이 책은 최하층민의..

노트북/2018년 2018.05.07

'다낭 여행 짧게 보기'

『 베트남 · 다낭, 호이안, 후에 』 다낭은 베트남 중부 지방에 위치한 도시로 호치민, 하노이, 하이퐁에 이어 네번째 정도 큰 도시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다낭이 인기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같아 유행에 발이라도 맞추듯 다낭 여행을 다녀 왔다. 다낭 기준, 남동쪽 30Km 정도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의 호이안, 북쪽 100Km 정도애 있는 베트남의 고도(古都) 후에가 우리 다낭 관광의 범위이다. 2월이 지나 건기에 접어 들었고, 더위도 덜하고 기후가 온화하다는 3월 초에 우리는 비행기를 탔다. 인천 공항 저녁 9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5시간 비행 끝에 다낭 공항에서 도착하니 현지 시간 새벽 1시이다. 제 1공항에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외딴길(?)을 달리니 제2 공항이 나타난다. 신공..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 는 말에서 보듯, 눈치란 드러나지 않게 분위기를 지레 알아내는 영리한 삶의 방식이다. 제목에서 얼른 피로감이 느껴지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언어임에 틀림이 없어 끝까지 읽었다. 글 쓴 이는 박 진영이라는 사회 심리학자이다. 사회 심리학이란 다른 사람과 더부러 살아 가야 하는 사회에서 피부로 느끼는 많은 궁금증들에 대해 연구하여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실생활에 유용한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각기 달리 형성된 자존감, 정체성, 자기 통제력같은 자신의 문제와 사회 생활을 통하여 발생하는 외로움과 소외감, 눈치 보기등의 심리를 연구하여 과학적 논리를 갖춘다는 것이 어렵기도 하겠고 재미도 있겠다 싶다.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이 신..

노트북/2018년 2018.03.21

'대리 만족의 달콤함'

시간을 도둑 맞은 것같이 1월이 지나가 버렸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추울 것같아서, 눈 조금 쌓인 때는 미끄러울 것같아서, 알레르기 코감기가 꽁무니를 붙잡아서......참 가소로운 이유들로 칩거 비슷하게 어물쩡 거리는 사이 1월은 문을 꽝 닫고 사라져 버렸다. 1월은 말 그대로 두 얼굴의 달이다. 1월(January)의 어원이 고대 로마의 신 'Janus, 야누스' 에서 왔다고 한다. 야누스는 문을 관장하는 신으로서 문의 앞과 뒤를 살피려 양면에 얼굴을 가졌다고 하여, 과거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1월의 말이 되었고, 우리 마음에도 그 의미가 전해 온다. 내일의 날씨 예보를 보고 "음, 영하로 뚝 떨어지네" "저녁 나절에 눈이 온다나봐" "강이 두껍게 얼어 붙었다는군" 하는 식으로, 나는 겨울을 액자..

노트북/2018년 2018.02.03

영화 '패터슨' - 잔잔한 일상의 아름다움.

영화 “패터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소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하는 영화, 우리가 살아 내는 삶의 현주소를 한번 쯤 성찰해 보게 하는 영화, 잔잔한 것이 진실로 위대해 보이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지난 주말 손녀, 규영이가 할머니랑 '패터슨'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데 할머니 시간이 어떠냐고 물어왔고, 나는 이유 불문, 시간 불문, 영화 내용 불문하고 바로 오케이 싸인을 보냈고 우리는 밤 9시 50분의 심야영화를 함께 보았다. 사랑하는 손녀가 내 슴슴한 일상에 양념을 뿌려주려는 이벤트를 어찌 반기지 않으리! 미국 뉴저지 주의 '패터슨'이라는 작은 도시에 '패터슨'이라는 버스 운전사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정해진 코스를 운행하는 버스처럼 패터슨 일상의 동선도 참으로 일정하다. 아침 6시가 지나..

노트북/2018년 201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