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곱다고,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서정주씨 생가 마을에는 국화축제가 열린다고... 가을 길손이고 싶게 하는 뉴스가 파다하지만 나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가을을 지내고 있다. 딸이 드디어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시간과 자유를 조금씩 양보하며 도란도란 정을 쌓아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는 즐겁다. 지금은 긴 마라톤 코스의 출발선에 서 있는 이아이들은 설레임과 애틋함의 빛나는 날을 살고 있다. 천생연분이란 천번의 생을 거듭하며 윤회한 후에 만난 귀한 인연을 일컫는 말이다.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인연에 충실하라는 불경의 가르침이다. 그렇게 지워진 인연을 우리는 공들여 가꾸어야함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들꽃 한송이도 꽃을 피우려면 햇빛도 바람도 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