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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한 벌의 추억

5월은 온 대지가 생명의 푸른 기운으로 넘실대는 가슴 벅찬 계절이다. 가뭇가뭇 지워지던 겨울의 회색을 5월은 삽시간에 초록으로 덮으며 가늘게나마 남아 있던 지난 겨울의 꼬리를 잘라 버린다. 자연 속에 내장된 시계의 정확성에, 그 충실한 흐름에 경외감을 보내며 이 힘찬 봄 맥박의 고동에 발맞춰 걸음을 고쳐 보게 하는 계절이다. 5월과 어버이 날과 한복 한 벌. 어머님과 내 젊은 날들을 한꺼번에 떠 올리게 하는 슬프고도 애잔한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1972년. 결혼 후 처음 맞는 어머니날 (그당시는 어버이 날을 어머니 날이라고 일렀다)에 나는 두 분 어머니를 위해 선물을 마련했다. 봉급을 받은 날 퇴근길에 포목점에 들러 한복감 두벌을 엄선해서 샀다. 물론 내게는 다소 벅찬 지출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마련을..

노트북/2008년 2008.08.25

박완서의 단편 '그여자네 집'을 읽고

김용택 그 여자네 집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노트북/2008년 2008.08.25

규영이의 행복 사전

규영이가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감격 시대를 맞이했다, 반 배정을 받고 생애 첫 교실에 앉아 있는 차분한 모습이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다. 기대를 가득 실은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배움의 찬란한 세계에 성큼 들어 선 것에 나는 감격 했다 저의 엄마, 휴가까지 낸 아빠에게는 뭐 설명이 필요 없는 감격의 날이었으리. 창틈을 통해 딸을 보겠다고 머리들을 조아린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을 나는 보았다. 그날 나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워 내는 시인의 마음에 한껏 공감했고, 지난 시간들을 떠 올려 보며 난데 없는 애틋한 감상을 일으켰고 이 모든 장면에 마음으로 감사를 보냈다. 입학식 전 날 나는 규영이에게 넌지시 한마디 일러 줬다.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고, 선생님도 유치원 선생님과 다르다고, 특히 선생님은 유..

노트북/2008년 2008.08.25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 -한비야-

한비야의 책은 이미 몇권을 읽어 그의 저돌적인 성실함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 배낭 여행을 스케치해 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4권 중 3권을 읽으며 그의 큰 그릇에 또 놀라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여정을 따라서 훑어 읽어 내려 가는 동안 나는 초인적인 한 비야의 적응력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정녕 배낭 여행의 대부이고 오지 여행의 선구자이며, 영혼의 자유를 구가하는 여장부이다. 외국어로 단단히 무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지평선 넘어, 수평선 넘어 지구의 끝이라 할지라도 배낭에 용기만 담으면 어디든지 못 갈 곳이 없다는 담대함이라니! 폭풍이라도 일으킬듯한 강한 호기심에다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의 인생에 도전장을 던져 보고, 신들매를 조이고는 험난한 여정에 들었으며 인내와 용기를..

노트북/2008년 2008.08.25

아름다운 겨울

겨울의 긴 치마 끝자락에 함박눈이 소복히 내려 겨울의 기억이 아름다우려 하고 있다. 아니 지난 겨울은 내 생애에 또 하나 아름다운 겨울이었다. 눈을 곱게 얹고 그림이 되어 정물처럼 서 있는 창 밖의 나무를 바라보며 작년 이맘 때 영훈이랑 눈 속에서 보낸 날들을 떠 올려 본다 기억에 시간이 차곡차곡 입혀져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마치 눈에 갇혀 외부와 격리라도 된 양, 공연한 상상을 해가며 모처럼 사치한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다 새벽 병원의 흐린 불빛, 지루한 얼굴의 간호사와 두런두런 출산 수속을 밟고 있던 딸 부부의 긴장된 얼굴... 대견하고 애처러웠던 순간들. 나는 체질에 안 맞게도 강심장이 되어 뛰는 가슴으로 영훈이의 출산을 지켜보았고 아름답고 늠름한 아기 영훈이는 그렇게 세상과 만났다. 아기는 엄마..

노트북/2008년 2008.08.25

자전거 여행-김훈 에세이

작가 김훈은 최근 장편 ‘남한 산성’을 출간하여 화제를 모았고 신문 지상을 통하여 자전거 마니아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풍륜이라는 자기 자전거를 타고 가을 태백을 넘고, 눈 덮힌 소백, 노령, 차령 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어서 마침내 남해안의 봄을 맞기까지 자전거 바퀴와 한 몸이 되어 구르며 생각하며... 바퀴와 함께 밞은 땅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떠 올렸던가? 작가는 몸이 기뻐서 “아아” 소리치며 길을 달렸고, 아무 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감미로운 것이며, 살아서 바퀴를 구르는 몸은 복되다고 노래했다.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가 되어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저어 밟았고 작가는 충실한 언어로 자기의 감상을 써내려 갔다. 김훈 작가의 ..

노트북/2007년 2008.08.25

탄줘잉 편저의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49가지’란 ?

사람은 누구에게나 살아 있는 동안 꼭 해 보리라 염원하며 사는 그 무엇들이 있다. 그러나 인생이 유한하다는 걸 망각하고 있기에, 마음 속 한 다발 기한 없는 숙제쯤으로 남겨 둔 우리에게, 작가는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그 무엇을 실천하라고 조용히 일러 주고 있다. 지금 행복하다고 외쳐보기. 두려움에 도전해 보기. 경쟁자에게 고마워하기. 인생의 스승 찾기 일기와 자서전 쓰기. 날마다 15분 책 읽기. 악기 하나 배워 보기. 나무 한 그루 심어 보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워 보기. 사소한 것의 위대함 찾아보기. 자신의 능력 믿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 나만의 취미 만들기 소중한 친구 만들기. 남을 돕는 즐거움 찾기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부모님 발 닦아 드리기. 고난과 반갑게 악수하기 추억이 ..

노트북/2007년 2008.08.25

타샤의 라이프 스타일.

"타샤의 집"과 "타샤의 정원"을 읽고서.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이라도 흔들고 싶은, 동화보다 더 동화적인 타샤의 삶은 우리의 턱 없이 밋밋한 삶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타샤 튜더. 미국의 사랑 받는 동화작가이며, 지난 70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낸 일러스트 화가이기도 하다.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 삽화를 그리기도 했던 화가. 그보다도 그녀의 특이한 라이프 스타일로 더 유명한 91세의 할머니. 30만평의 대지에 환상적인 18세기 영국풍의 정원을 펼쳐 놓았으며, 거기 사시사철 파스텔톤의 꽃들은 무리지어 어우러져 있으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 그녀는 끊임 없이 종자를 구하고 연구하고, 싹을 튀우고, 거름을 주며 가꾸어 낙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타샤의 원예 기술은 집안 대대..

노트북/2007년 2008.08.25

상도(商道)를 읽다

상도(商道) 한반도의 기후가 동남아 기후의 특성을 닮아 간다고,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지금 온 세계를 강타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 폭염에 지친 우리에게 뉴스는 고문하듯 무더운 뉴스를 소나기처럼 퍼부어 댄다. 모두들 더운 마음에 위안을 찾겠다고 산이며 들이며 밖으로 밖으로만 내달리고 있는 짙은 여름이다.. 그러나 나는 내 방식의 여름 나기를 좋아한다. 몇권의 소설을 가지고 독서 삼매에 드는 것이다. 무더위 그 깊은 곳에 들면 회오리 속의 고요처럼 의외의 청량한 공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최인호씨의 ,상도(商道). 작가 자신은 기독교인이면서 ‘길 없는 길’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불가의 선문답이나 화두를 일으키는 깊은 선의 사상을 많이 그리고 있어, 마치 그가 불교도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

노트북/2007년 2008.08.25

'세계 명문가의 자녀 교육'을 읽고

명문가는 명문가로서의 남다른 면이 있다는 보편적 상식을 다시 곱씹어 보며 나는 오래 전에 본 책을 다시 뒤적이며 이글을 쓴다. '누구에게도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언제나 일등을 하라.' '명문 대학에 진학하여 최고의 인맥 네트웤을 구축하라'는 등 실용적이며 강력한 멧세지를 자녀들에게 심어 주어, 아일랜드 이민 110년만에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을 배출하여 명문가로 거듭 난 케네디 가문. 내셔날 시티 은행의 설립자를 증조부에, 은행가인 할아버지. 변호사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전형적 명문, 빌 게이츠 가문. 큰 돈을 물려 주면 결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없다는 철저한 경제 교육은 '부자 아빠의 아이 가르치기'의 살아 있는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오늘 날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의 자선 단..

노트북/2007년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