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열 포기로 올 김장을 마무리했다. 김장의 고수가 되어도 한참 되어 있을 이 나이에 열 포기 김장을 담는 사이 소파에 널부러지기를 두어번 해 가며 마쳤다. 에너지 주머니가 간당 간당하다가 툭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으니 힘이 들었었나보다. 마늘도 미리 까 두고 나름 쉬엄 쉬엄 준비를 해 뒀건만 배추를 절이고 수 차례 씻어 건지는 일이 만만치 않았던 것같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생각, 특히 김장철이면 어김 없이 따라 오는 친정 엄마를 기억해 보며 혼자 뒤적 뒤적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 어린 시절 김장하는 날은 차일만 치면 잔칫날이 될 성싶게 사람이 북적거리는 연중행사였다.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였던 배추는 모두 김치가 되어 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김장에 동참은 커녕 주변에 얼씬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