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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 사경하기.

숫타니파타 (Sutta nipata) 는 '부처님의 대화집'으로서 빨리어로 쓰여진 오래된 불교 경전이다. 부처님과 제자들과의 질문과 답, 비유를 사용한 법문 등, 구전되어 오던 것을 제자들이 수집하여 엮은 것으로서 부처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최초의 경전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다. 사품(蛇品)', 소품(小品), 대품(大品), 팔품(八品), 도피안품(到彼岸品) 의 5품으로 분류되어 있고 전체 1148편의 에피소드와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답에 운율이 있어 암송하기 용이한 부분도 있고, 말씀으로 엮어진 경전이라 근본 불교의 정신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불교 조계종의 소이 경전(근본 경전)인 '금강경'도 그렇고, 대부분의 경우 한문으로 된 경전을 독성하다 보니 숫타니파타는 중요성에 비해..

노트북/2017년 2017.04.06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 익살에서 비극으로.

지난 달에 읽은 파블로 네루다' 의「질문의 책」을 읽은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채로워 마법에 걸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라는 작가가 쓴 소설 「파블로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를 읽었다. 작가가 한 때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이슬라 네그라에 정착한 네루다 시인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파블로를 만나게 되어 글을 썼으며 1985년에 출간한 것이라 소개한다. 「파블로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는 '일 포스티노'라는 이탈리아 영화로 소개 되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파블로 (1904~1973) 는 1971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으로서 사회주의 정치가였으며,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는..

노트북/2017년 2017.03.30

먼 그대 - 높이 걸어 둔 등불

서 영은 씨의 단편 소설 '먼 그대'를 들어 알던 시절이 참 아득하다. 1983년에 '한국 문학'지에 발표되었고, 그 해에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니 내가 마흔 살이 채 되지 않던 먼 그때의 일이고, 당연히 나는 책 읽을 한 뼘의 여유도 없던 시절이었다. 서 영은 씨는 미혼의 촉망 받는 작가이면서, 30년 나이 차의 김 동리 선생님과 결혼을 하여 화제를 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동리 선생님이 투병 생활에 드셨을 때 병상을 지켰다는 소식, 그리고 선생님 사후에 선생님의 자녀들과 긴 송사에 휘말렸다는 소식들이 신문지상에 따문따문 실리곤 했었다. 작가는 글로서 말을 한다고 했던가? 엄혹한 현실을 막무가내로 인내하고, 아니 인내를 사랑의 에너지로 승화하고, 철저히 자신을 버림으로서 그대를 향한 사..

노트북/2017년 2017.03.05

「책의 자서전 」 ―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도서관이란 분류와 정리가 생명인지라 일단 단조롭다. 그러나 그 정형화된 서가는 저만의 개성을 뽐내는 책표지들로 의외로 대채롭고도 현란하다. '책의 자서전'이라는 책에 내 시선이 머문 것은 순전히 작고 귀여운 겉모양에 재밌는 제목 때문이었다. 뽑아서 몇 페이지 넘기다 순식간에 그 매력에 빠져 나와 함께 집으로 와서 내 오후를 즐겁게 해 줬다. 책이 1인칭 화자로, 자신의 지난 생을 회고해 본다는 발상이 독특하고, 주인공 책은 감수성이 강하고 재치가 넘쳐 예리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 보고, 몸소 겪은 시대의 흐름을 말하고 있어 아주 흥미롭다. "4월 5일, 그 책은 일만번째로 내 장서에 들어오게 되었다. 막 서가에 꽂힌 그 때 간절한 눈빛으로 내게 부탁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머물던 서점을 떠올려보고 싶다고..

노트북/2017년 2017.02.10

'또 다른 충고'

또 다른 충고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선반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 -장 루슬로 - 명절을 보내는 패턴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던 중 떠 오른 싯귀이다. 프랑스 시인, '장 루슬로'의 시라고 하며 흔히 읽히는 글인데, 울림이 좋아 자주 생각 나는 글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 중에 명절 전에 미리 부모님을 뵙고 와 명절 휴일에는 여행을 떠나던지 자기들 나름으로 유용하게 그 시간을 쓰는 경..

노트북/2017년 2017.01.30

'바베트의 만찬' -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

'바베트의 만찬' 이 책과 저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어떻게 내 관심 도서 리스트에 들어 와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리스트에서 오래 묵었던 탓에 책이 내게 오니 아주 반가웠다. 작가, 이자크 디네센(본명: 카렌 블릭센)은 1885년 덴마크 코펜하겐 북부에서 아주 부유하고 명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왕립 예술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첫 작품은 '일곱개의 고딕 이야기'라는 책으로 미국에서 출간했는데, '전미 이달의 책 클럽'에 선정되어 불티나게 팔려 나가면서 '신비한 덴마크의 작가'로 크게 관심을 받아, 당시 노벨상 후보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비록 헤밍웨이에게 상은 돌아 갔지만 주목 받은 작가임은 틀림 없는 것같다. 작가의 프로필을 살펴 보면서 그녀 자신이 인생을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살..

노트북/2017년 2017.01.17

다시 365일을 받으면서.....

시간보다 더 엄격하고 정확한 것은 없어 우리는 정확한 사람을 시계같다고 한다. 이미지 없는 지배자, 우리 삶의 엄중한 관리자가 사실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은 위풍당당하게 1년, 365일을 카운트하더니 이제 곧 새로운 365일을 1년의 이름으로 내 놓으려 한다. 아침 신문을 읽으며 가뜩이나 혼란한 머릿 속이 2017년의 전망에 대한 기사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새해에는 공상과학 영화같은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대형 마트에 인공 지능 로봇이 등장할 것이며, 더욱 지능이 높은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며, 올해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꺾은 구글의 알파고는 내년에는 PC 게임 스타크래프트 인간 챔피언과 한판 대결을 벌일 예정이라고도 하고, 또 자율 주행차(무인차)가 상용을 위한 도전에 ..

노트북/2016년 2016.12.31

인생의 한 페이지를 지금 막 넘기는 규영!

내 마음의 규영 희망을 계획하고 꿈을 꿀 수는 있어도 이루어내는 것은 행동이요 실천이다. 우리 맏손녀 규영이는 실천을 망설이지 않는 아이다. 할머니들 노는 일에 손주 자랑은 약방의 감초인지라 빠질 수 없는 일이나, 나는 얄밉지 않을 정도의 겸양으로 넌지시 자랑 운을 떼어 보이며, 되도록 나대는 인상을 안 주려 애쓰는 편이다. 물론 내 감각으로.그런데 이번에 아이가 자력으로 특목고인 외고에 턱하니 붙었다 하니 사실 그 기쁜 마음 숨기기는 주머니에 송곳 숨기기보다 더 어려웠다. 열중하는 모습이 어여뻐 하염 없이 바라 보고, 또 훔쳐 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면접 시험 예상 문제 1000개를 뽑아 친구들을 모아 함께 모의 면접을 해 보기도 하고, 자기소개서를 혼자 힘으로 써서 제출하면서 ..

노트북/2016년 2016.12.29

'딸에게 주는 레시피'- 엄마의 내력.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해가 저무는 시간,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은 서로 닮았다.. 외로움이 좀 더 가깝고, 불현듯 초조해지고, 온기 있는 집을 생각하고, 가족을 챙겨야 할 것같은, 그러한 정서가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이 그런 계절이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 제목이 일단 따뜻하고 정다워 읽고 싶게 하는 공 지영 작가의 글이다. 작가가 독립해 있는 딸에게 손 쉬운 레시피를 일러주며 심중에 있는 말들을 함께 얹은 형식이니, 엄마의 철학을 녹인 언어들이 잔잔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레시피가 완성된 셈이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등 내가 읽은 공 작가 소설은, 가물거리는 내 기억 속에 대체로 자전적 이야기를 썼다는 느낌으로 남아 있고, 어쩌면 작가 자신의 삶과..

노트북/2016년 2016.12.02

시월을 무망하게 보내면서.

맑은 바람이 몇번 스치는 사이로 더위가 빠져 나가고 맹렬했던 지난 여름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렸다. 예정된 순환이라지만 기적을 바라보듯 신비롭기만 하다. 산에서 시작되던 고운 단풍이 마을에 내려와 곱게 깔리며 가을은 정점을 알린다. 뙤약볕을 온 몸으로 받아내던 강직했던 나뭇잎들은 푸른 빛을 거두어 들이며 소멸의 시간이 가까웠음을 또 알린다. 자연의 시계는 헛도는 일이 절대로 없다. 며칠 쓴 기운이 마음 한 바닥을 훑고 지나가더니, 일도 싫고 책도 싫고, 먹는 일도 지겹고, 매사에 집중이 안되는 무기력증에 빠져 버린 것 같다. 종일 맥 없이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 보거나, 방으로 거실로 어슬렁거려 보기도 하고, 창 밖을 멍하니 내려다 보기도 하며 갈피 없는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넘어진 김에 ..

노트북/2016년 2016.10.28